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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른아침 Mar 29. 2024

새들의 지저귐

노래일까 울음일까


아침마다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집을 계약한 적이 있다. 물론 새소리만으로 그런 결정에 이르지는 않았어도 마음이 끌렸던 건 사실이다. 해가 지면 정해진 곳에 모여 잠을 자는 습성이 있는 참새들이 고향 집 뒤편 대나무밭에서 아침저녁으로 지저귀는 소리를 어릴 적부터 들었던 기억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 집에 이사 온 후 아침잠을 깨우는 새소리가 좋았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아파트 창문 방음이 덜되어 새벽녘엔 새소리가 들렸고 뒤척이다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여름엔 열린 창문으로 더 크게 들렸다. 박새 소리는 다정하게 속삭이듯  참새는 재잘재잘 부산스러웠고 까치와 직박구리는 울림이 있었다.

     

새들이 새벽에 지저귀(dawn chorus)는 이유로, 아침은 조용하여 소리를 전달하기 좋은 시간이고, 먹이를 찾기에 아직 밝지 않으며, 수컷이 세력권을 주장하고 암컷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좋은 시간대라고 한다. 그리고 새벽 지저귐은 다른 때보다 더 활기차고, 더 자주, 더 크단다.

     

새소리는 목적에 따라 song(노래)과 call(울음)로 나뉜다. song은 암컷에게 구애하고 다른 수컷에게 자기 영역이라는 신호로 보내는 소리다. 짝짓기 상대에게는 '이리 와'하고, 경쟁자에게는 '저리 '라는 뜻을 담아 자신의 존재를 널리 그리고 확실히 알리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song은 부드러우며 복잡하고 정교하다. 또한 고개를 높이 들거나 몸의 밝은 부분을 보이는 과시 행위를 함께하여 더 돋보이게 한다.

     

call은 포식자가 다가오는 상황처럼 위험을 느껴 가족이나 무리에게 경고하거나 싸울 때 그리고 새끼가 어미 새에게 먹이를 달라고 요구할 때 같이 의사소통 수단이다. 간단하고 짧은 발성이다.

    

새의 지저귐 능력은 선천적인 부분도 있으나 습득 과정을 거쳐 후천적으로 얻어지기도 한다. 새끼는 어미나 같은 종의 새소리를 들으며 여러 형태의 소리를 익히며 평생 바꾸지 않고 같은 소리로 지저귄다.

     

여름 철새인 꾀꼬리가 곧 온다. 꾀꼬리는 소리가 맑고 고와서 목소리가 고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꾀꼬리 소리를 들어보지 않은 사람도 마치 들은 것처럼 그렇게 알고 있다. 그런데 꾀꼬리의 소리가 늘 곱지는 않다.

     

‘히요~~’, ‘호이오~~’ 같이 구슬이 구르듯 청아하고 휘파람처럼 맑다가도 때로 ‘꽥~’, ‘케엑~~’처럼 짧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이런 꾀꼬리의 두 가지 소리를 구분하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너무 분명해 그리 어렵지 않다. ‘히요~~’, ‘호이오~~’는 song이며 ‘꽥~’, ‘케엑~~’는 call이다.

     

꾀꼬리 소리를 아직 못 들었다면 좀 더 흔한 꿩 소리를 들어보자. ‘꿩~꿩~’하며 수컷이 내는 우렁찬 소리는 song, 놀라 날아가면서 다급하게 소리치는 ‘캭~칵~’은 call이다. 이제 구분할 수 있겠다.

      

새 이름 중에 지저귐 소리를 그대로 가져와 지은 이름이 있다. 꿩, 소쩍새, 부엉이, 뻐꾸기, 따오기, 개개비, 뜸부기다. 노래이든 울음이든 새소리가 우리 인간에게도 그만큼 인상적이라는 증거다. 봄은 새 번식기다. 수컷의 노래가 활기차고 아름다울 때이다. 내게 불러주는 노래는 아니더라도 귀 기울여보자.



* 사진 : 꾀꼬리(한겨레 신문)

** '이리 와'와 '저리 가'는 표현이 적절하고 재치 있어서 <새의 감각, 저자 : 팀 버케드>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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