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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Oct 11. 2024

매달 아이 배드민턴에 458만원을 씁니다

미국이 그런 나라니까요



미국 엄마들끼리는 스포츠에 진심이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선수시킬 것도 아니면서 많은 부모들이 아이 스포츠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그것도 펑펑!


오늘 스레드(threads)에 질문을 하나 올렸다.

미국에서 스포츠를 시키는 부모들에게, '아이 스포츠에 얼마 쓰세요?'라고.


나는 토너먼트가 없는 달은 아들 둘 배드민턴 비용으로 매달 2,000불(269만 원) + 부대비용 200불(27만 원) 정도를 쓰고, 토너먼트가 있으면 트레블 비용 2,000불(269만 원)과 토너먼트 등록비 300불(40만 원)이 추가된다.

방학엔 그보다 더하다. 매주 그룹 레슨비만 900불(121만 원)이 든다.


계산해 보면 두 아이가 매달 운동으로 3,400불(458만 원)을 쓰는 셈이다.

사실 그것뿐일까. 소소하게 나가는 것들을 제외하더라도 도로에 흘리고 다니는 기름값과 톨비, 내 노동의 대가까지 하면 어마어마할 거라 예상된다.



질문을 올렸던 건 다른 스포츠는 얼마가 드는지 궁금해서다. 40개가 넘는 답이 달렸다.

역시 어린 연령에 취미로 할 때는 괜찮지만,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다른 스포츠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몇 가지 답변을 간략히 공유하면 이렇다.

* 펜싱을 시킨다는 분은 매달 10,000불을 쓴단다.

* 아들이 야구를 한다는 분은 클럽팀 비용이 일 년에 8,000불이지만, 매달 레슨비와 스포츠 마사지 등으로 2,000불이 든단다. 게다가 주말마다 다른 주로 토너먼트에 가느라 2,000불을 쓴단다.

* 취미로 농구를 시킨다는 다른 분은 다른 주에 경기 가는 비용을 빼고 매달 2,500-3,000불을 쓴다고 했다.

* 아이 테니스에 매달 2,500불을 쓴다는 분도 있었다.


나는 아이 2명이 하는 거지만, 이건 한 명당 쓰는 돈이다. 역시나 나보다 더한 분들도 많았다. 미국 스포츠, 정말 대단하다!

(전체 답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수요일 저녁인 지금도 나는 배드민턴장이다. 코트 5개 중 한 곳엔 9학년 첫째가, 다른 한 곳엔 6학년 둘째가 라켓을 휘두르고 있다. 어제인 화요일도, 그제인 월요일도, 일요일도, 토요일도 배드민턴장에 있었다. 3곳의 배드민턴장을 돌아가면서.


이제는 해도 빨리 진다. 어두울 때 운전하기 싫은데 어쩔 수가 없다.
곧 아이들 연습이 끝나면, 나는 또 까만 배경 속에서, 크리스마스 불빛 같은 초록 빨간 불들을 통과하게 될 거다. 피곤한 몸을 차에 싣고, 운전대에 두 손을 올리고 말이다.


어두운 밤이라 생각도 많아질 거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잘못된 걸까)'라는. 생각은 다른 생각들을 끊임없이 데려올 거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시간과 돈을 쓰고 있는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어쩌다 둘이 똑같은 스포츠를 하고 있는 건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아니, 언제까지 아이가 할 수 있을지.

고등학교 올라가면 공부하느라 시간도 없을 줄 알았는데 왜 이 아이는 그대로 하는 건지.

아직 선택의 기회가 있는 막내는 어떤 스포츠를 시켜야 하는지.

금메달도 따는 나라가 한국인데, 왜 미국에서는 죄다 중국인 아니면 인도인인지.

왜 배드민턴은 미국에서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에 포함되지 못하는지.


그러다 마지막엔 이런 생각을 할 거다.

'진짜 너무 비싼 거 아니야?'라고.




사실 배드민턴은 메달 따기 어려운 종목이다.
흔한 스포츠는 아니지만 미국 전역에서 모이면 숫자가 꽤 많다. 아이들을 나이대별로 나눠 토너먼트를 하는데, 첫째가 속한 U15의 경우 보통 128강, 많으면 258강에서 시작한다. 경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 곱하기 2를 하면 적어도 200명 정도가 있다는 거다. 그중 단 3명만 메달을 딴다. 돌아가며 따는 게 아니라, 보통 따는 애들이 다시 메달을 가져간다.


선수를 시킬 것도 아니고, 대학에 팀도 없고, 메달을 딸 실력도 없는데 나는 왜 시키고 있을까? 아이가 좋아해서 말고 다른 이유는 그다지 없다. 6학년에 시작한 배드민턴. 다소 늦은 시작이다. 처음엔 취미로 시작했으나 아이가 더 하고 싶어 했다. 조금 더, 조금 더. 토너먼트도 나가고 싶어 했고, 아이가 욕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인 레슨도 원했다. 그래서 '제대로'가 되었다.


이번주 금요일이면 아이는 버지니아로 떠난다. 이번에는 첫째만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복식까지 3경기를 하는데 아쉬움 없이 하고 오면 좋겠다. 첫 경기에 떨어지는 게 절반이다. 모두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이기에 그 절반에 드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너무 잘 안다.

나는 집에서 아이 경기 시간을 찾아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한 경기라도 이기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렇게 나는 미국에서 스포츠맘으로 산다. 매달 458만 원을 쓰면서 말이다.





내가 매달 세 이이 액티비티에 쓰는 비용


- 2호 수학 튜터 : 주 1회 300불 (40만 원)

- 3호 아트 : 주 1회 170불 (23만 원)

- 3호 드라마 : 3달치를 오래전에 냈더니 못 찾겠음

- 3호 짐네스틱 : 99불 (13만 원)

= 대력 4,200불 (56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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