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토너먼트장에서의 생각 09
사람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살까?
토너먼트장에 앉아 노트를 펴고 메모를 시작했다.
하루 동안 스쳐간 무수한 생각 중 23개가 노트에 담겼다.
잊힐 수밖에 없는 '생각'들을 메모로, 다시 글로, 붙잡아 두기로 했다.
눈앞에 여러 코트가 펼쳐져있다.
저마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경쟁을 한다.
흐물흐물하고 구멍 숭숭 뚫린 이 네트 하나가 뭐라고, 38선으로 남북을 쩍 갈라놓듯 치열하게 싸움을 한다.
경쟁. 그렇다.
한쪽은 반드시 지고, 한쪽은 반드시 이겨야만 끝나는 경쟁. 휴전도 무승부도 없는 전쟁.
배드민턴은 기본적으로 2세트를 한다.
미묘한 차이로 셔틀콕이 네트를 넘기지 못하고, 0.5cm 차이로 아웃이 되어버리고, 거저먹을 수 있는 한 점이 어이없이 네트에 막혀버려 결국 지더라도, 끝이 아니다.
이전 판에서 무슨 일이 있었든, 새로운 판은 다시 시작된다. 그것도 공평하게 0에서. 리셋이다.
그렇게 똑같이 두 번의 기회가, 많으면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인생도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에서 어떻게 살았든 0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 생각해 보니 어차피 내 인생인데, 내가 리셋시키고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다.
세 번이고, 네 번이고 내 마음이다. 나이도, 내가 서 있는 위치도 상관없다.
"새로운 세트 시작!"을 외치면 그만이다.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