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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일 Jun 08. 2024

머리를 흔들고 싶어.

난 중고등학생 시절, 종종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머리가 아플 때면 왜인지 머리를 흔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 머리 아픔은 성인이 되어 느꼈던 일반적인 두통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의 난 뇌가 두개골 안쪽에서 고정되지 않은 채 흔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이면 오른쪽으로 뇌가 쏠렸고, 왼쪽으로 기울이면 왼쪽으로 뇌가 쏠렸다. 난 그게 간지럽고 아프고 거슬렸다. 언젠가 뇌 자체에는 감각을 느끼는 기관이 없다는 걸 알고 나서야 내가 느낀 뇌의 움직임이 그저 상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간에 그때의 나는 비정상적인 뇌의 위치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머리를 흔들었다. 효과는 있었다. 옛날 브라운관 티비가 잘 안 나올 때 티비를 때려서 고치는 것처럼, 머리를 흔들면 잠시 동안은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물론 잠시 후에 다시 머리가 아프긴 했지만, 그러자면 또 머리를 흔들고, 또 흔들어야 했다. 3년 이상? 적어도 중2부터 고1 정도까지는 그랬다. 그렇게 3년을 별 생각 없이 함께했던 그 특이한 습관이, 틱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스물일곱이 된 지금으로부터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손톱을 피가 날 때까지 물어뜯는 일을 계속했다. 엄마는 내가 손톱을 물어뜯을 때마다 나를 혼내셨다. 사실 그렇다. 자식이 손톱 물어뜯는 걸 보고 아무렇지도 않을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 엄마의 계속되는 꾸중에도 내 습관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도록 고쳐지지 않았던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은 수능이 끝나자마자 사라졌다. 방송이나 뭐 그런 곳에서,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는 불안해서, 혹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어서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이걸 이렇게 간단히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그 후로 난 자라난 손톱을 손톱깎이로 깎는다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행위에서 발생하는 소소한 성취감을 종종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1년 6개월 간의 긴 휴학이 끝나고, 개강을 하자 발생했다. 수능이 끝나고 거짓말처럼 사라졌던 손톱을 물어뜯는 습관이 5~6년 만에 다시 생긴 것이다. 나는 왜 다시 손톱을 물어뜯게 되었는가, 에 대한 내 생각은 현재 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결론으로 다다랐다. 물론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었으나, 비슷하게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몇 달 전과는 달리 손톱을 물어뜯는 현재의 나를 발견하게 되면서, 몇 달 전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현재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실제로 1년 6개월 만에 복학을 하고 바쁘게 글을 쓰며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거치는 중에 다시 손톱을 심하게 물어뜯는 습관이 재발한 것은 분명 우연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손톱 물어뜯는 거 이거 틱인가?’ 그 질문에 골몰하던 나는 어릴 적의 내가 떠올랐다. 혹시 어릴 적 내가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행하던 그 모든 행위들이 모두 틱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나는 틱장애를 앓았던 건가?


틱장애란 특정 신체 부위 및 성대에 일어나는 불쾌한 감각인 전조감각충동(premonitory urge)을 해소하기 위해 근육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신체 일부분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운동 틱’이라 하고, 말이나 소리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음성 틱’이라 하는데, 증세가 심할 경우 자신의 뺨을 때리거나, 욕설, 야한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기도 한다. 여러 가지 증상이 겹친 심한 틱 장애를 뚜렛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틱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다리 떨기, 머리 흔들기, 눈을 자주 깜빡이기, 얼굴 찡그리기, 코를 킁킁대기 등이 있다고 한다. 뇌 신경 전달 체계의 이상, 유전적인 요인, 세균 감염과 관련된 면역 반응 이상, 학습 요인, 심리적 요인,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 등이 틱의 발생과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아동 10%에서 20%는 일시적으로 틱 증상을 보인다고 하니, 꽤나 많은 비율의 아이가 틱을 경험한다. 그러니 그 10~20% 안에 내가 속했으리라는 판단은 그리 억측이 아닌지도 모른다.


난 머리를 흔들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것 이외에도 많은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보기 좋은 습관은 아니었다. 목이 답답한 느낌이 들 때면 턱을 최대한 내밀거나 당기기도 했고, 다리를 떨기도 했으며, 힘들거나 피곤한 날이면 반복적으로 눈을 크게, 그리고 강하게 껌뻑이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이 머리를 흔드는 습관도, 손톱을 피가 날 때까지 물어뜯는 습관도 있었다. 지금 보면 되게 틱 같은 행동들을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내 행동들이 틱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애초에 틱장애라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도 잘 몰랐다. 내가 어릴 적에는 다들 틱장애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자기 뺨을 때리는 정도의 중증 틱이 아니면 단순히 습관이라 여기며 지나가는 게 당연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틱이 있었을 것이며, 또 그를 알아채지 못한 채 유년기나 청소년기를 지나갔을까. 그 어린 나이에 스트레스를 받기만 할 뿐 해소해 낼 방법 하나 없던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을 것이며, 그에 대한 대책이랄 게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어.” 가 전부였던 그때 그 시절의 아이들은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내 얘기다 다만 틱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이 틱 증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라 하니, 어렸을 적의 나는 운이 좋았던 걸지도 모르겠다.



다리 떠는 건 뭐 아직도 자주 하고 있고, 피곤할 때면 눈을 세게 깜빡이곤 한다. 그냥 눈이 좀 뻐근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일종의 강박인 걸까? 요즘에도 누군가 내 모습을 보고 “너 왜 그래? 어디 아파?”라고 물으면 피곤해서 그랬다고 대답을 하긴 하는데, 나도 이게 틱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습관인건지, 아님 힘들어서, 불안해서 그런 건지. 사실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다. 그리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니까. 다만 조금은 덜 불안했으면 좋겠다. 미래가 약간은 투명해져서, 여유를 가지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면, 이 거슬리는 습관들이 사라지게 될까. 사람 구실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이 만성적인 불안감들이 사라지게 될까. 그때가 오긴 오는 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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