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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을 가장한 무례에 대하여

점잖게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태도, 어렵지 않아요

by 비터스윗

페이스북을 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끔 친구의 친구를 페친으로 맺으라는 알림이 옵니다.

알만한 친구래요. 실제로 알만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시다시피 사생활을 많이 공개하는 걸 꺼려해서 친구를 많이 맺고 있진 않습니다.

그래도 한두 번 본 사이인데 뭐 이 정도야 하면서 친구를 맺게 될 때가 있어요.

그렇게 대인관계를 넓히는가 봅니다. 그렇게 친해진 친구의 친구가 있습니다.


우리가 그런 말까지 할 사이는 아니지 않아?


그 친구는 자칭 '소상공인'으로 그쪽에 갈 일이 생기면 친구들과 가끔 들르기도 합니다. 혼자서 찾아가 만나는 사이는 아니고 친구 여러 명이 가끔 밥이나 먹자며 찾아가곤 했죠.

그날도 가볍게 저녁을 먹기로 하고 가는 길에 사무실에서 얘기를 하다가 자리를 옮겼어요.


밥을 먹으며 간단히 반주 정도 하면서 평소와 다르지 않게 하하 호호 웃으며 가벼운 이야깃거리를 나누는 와중에 그 친구가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겁니다.

저에 대해 어떤 소문을 들었다는 겁니다. 사실과 완전히 달라서 저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다른 친구들 역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냐며 가볍게 웃고 말았죠. 그러면 그냥 다른 주제로 넘어가면 되는데 어쩌다 그런 소문이 돌게 됐냐며 제게 묻더라고요. 제가 어찌 압니까.

정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더군요. 그를 소개한 친구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얼굴 붉힐 일을 만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더 이상 언급을 안 했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이겁니다. 이 친구는 어쩌다 알게 된 그런 소문을 옮기기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진정 나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인가. 첫 번째는 아니고 아마도 두 번째라고 믿어봅니다.

하지만 소문을 들었다는 그 자리에서 저를 변호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친할수록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우연히 본 유튜브 쇼츠에서 그러더군요.

가족을 사랑한다면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사랑의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이 정말 많잖아요.

진정 사랑해서 그런 걸까요?

친구 사이에도 그래요. '나니까 말해주는 거야', 이런 말도 하더라고요.

나를 위해 말하는 듯하지만 간혹 자신이 잘났거나 특별하다고 우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상하기도 합니다.


가족끼린데 뭘, 친한데 뭘. 나 아니면 누가 챙기니? 너한테 다 도움 되라고 하는 거지, 등등.....

정말 위한다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이러면 너는 받아들여. 내가 이렇게 너 신경 써주는데 고마워해야지.

이건 무례입니다. 예의가 없는 것이죠.


예의는 상대방을 배려하며, 사회적 규범에 따라 공손하게 행동하는 태도입니다. 기계적으로 정해진 대로의 어떤 행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서로를 배려하며 하는 것이죠.

상대방을 배려함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친밀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당부, 격려, 충고, 조언, 가르침, 훈계 등은 모두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응원하며 지켜봐 주는 어른스러운 태도


저도 부족함이 많습니다만 상대가 가족이든 친구든 지인이든 말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이 몇 분이겠습니까 몇 시간이겠습니까.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이 그 시간도 할애하지 않는다면 이미 배려할 생각이 없는 것이죠. 그런 행동이 어째서 너를 위해 하는 말이며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가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거예요.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아무리 말하고 싶어도 가끔은 참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는 겁니다.


징검다리 앞에서 우물쭈물한다고 그거 하나 못 건너냐고 억지로 팔목을 잡고 끌고 가실 생각이세요?

겁을 먹고 자신 없어해도 한 번 해보라고 용기를 주고 잘 가는지 지켜봐 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다 물에 빠지면 '그럴 줄 알았어, 너는 조심성 없는 사람이야, 내가 안 챙기면 넌 안돼. 남들한테 손가락질이나 받잖아. 내 덕분에 네가 건넌 거야.' 이러실 건 아니겠죠?

심지어 건너편에 있으면서 '저것 봐라. 쟤가 저런다고.' 이러면서 선을 넘지는 않는지요.


어른이잖아요. 점잖게 지켜봐 주고 응원하는 것. 그게 그리 어렵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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