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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따져서 남는 게 뭔가요

저의 에너지를 쓸데없는데 쓰고 싶지 않아요

by 비터스윗

잘 따져 보고 사야지. 다른 사람 말만 믿지 말고.

따질 건 따져야 돼. 결국은 나만 손해야.


엄마는 늘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따지는 사람이 피곤해지기 시작했어요.


따지다, 꼼꼼히 살피거나 옳고 그름을 밝혀 가리다


엄마는 늘 딸들 걱정을 했어요. 지금도 하고 계세요. 다들 조용한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어디 가서 말도 못 하고 따지지도 못한다고 답답해하셨어요.

그런 성격이 저도 싫었어요, 사실.

그런데 결혼하니까 바뀌더라고요, 조금요. 손해 보고 살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속이는 거 같기도 하고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거 같기도 하고요.


사실 따지다가 꼭 잘잘못을 가리다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일반적인 의미로는 '꼼꼼히 살피거나 옳고 그름을 밝혀 가리다'입니다.

풀어보면 꼼꼼히 살펴보다라는 뜻으로 사용할 때와 옳고 그름을 따져보다의 뜻으로 사용할 때 뉘앙스 차이가 있더라고요. 저는 말하자면 두 번째를 생각하며 말씀드리고 있어요.


얼마 전 별일 아닌 걸로 가족 중에 언쟁이 벌어진 적이 있었거든요. 발단은 엄마가 유튜브로 보신 내용이 가짜 뉴스냐 아니냐였는데, 엄마는 "내가 그것도 분간 못하는 노인네냐?"며 언성을 높이셨고 상대는 "엄마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요즘 가짜뉴스가 너무 교묘하니 너무 믿지 말라"는 뜻으로 말한 거라고 항변했죠.

별거 아닌데 좀처럼 끝나지 않더라고요. 제삼자였던 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어요.

생각해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이었어요.


결국 주변인들을 지치게 하는 대화방식


비슷한 일이 친구들 사이에도 있었어요.

다르다틀리다의 차이점에 대해 두 친구 간에 설전이 벌어졌었나 봐요.

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들이 두 사람의 지난한 토론에 피곤했다며 훗날 제게 전해주어서 알았죠.


토론은 토론으로 끝났을 뿐 불상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같이 있던 친구들은 꽤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두 사람이 그 후로 영영 안 볼 사이가 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군요.

물론 치열한 토론을 한 게 잘못은 아니지만 동석한 다른 이들이 힘들었다고 하는 걸 보면 적절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되네요.


살다 보면 지켜야 할 것도 많고 챙겨야 할 것도 많고 따져야 할 것도 많아요. 그 와중에 무례함은 용납 안된다고 하는 이들도 있고 경솔함이 싫은 사람도 있고요. 개개인의 잣대가 다르기에 우리에겐 '상식'이라는 굳건한 가치가 있잖아요. 그 상식 덕분에 서로 조율하고 삼가고 배려하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옳고 그름을 밝혀 가리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정의의 이름(!)으로 세상을 밝히기 위해 영원히 필요한 과정이죠.

그런데 평범한 소시민들끼리 어떤 때는 지나친 승부욕(?)으로 혹은 자존심 싸움으로 그런 대화들이 오갈 때 주변인들은 정말 지칩니다. 이런 대화는 간혹 감정싸움으로 변질되고 해묵은 갈등까지 소환하게 됩니다.

그러는 저는 어떻게 하냐고요? 적당히 팩트 체크를 하다 통 대화가 안 되면 속마음(?)은 감추고 "니 말이 맞을 수도 있어. 알았어."하고 대화의 주제를 바꿔버립니다.

언젠가 자신이 틀렸다는 혹은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겠죠.(물론 제가 틀릴 수도 있어요!)

저는 저의 에너지를 쓸데없는데 쓰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는 싸우지 말고 AI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아요. AI도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답이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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