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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

괜찮아요 훗날 나의 서사가 될 것이기에

by 비터스윗

"그때 아빠가 거기 면접 보러 가지 말라고 했잖아.

거기 합격했으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긴지... 이젠 안 계신 아버지까지 들먹이며 할 소리인가.

나는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직도 회한이 있는 것일까...


과거에 발목 잡힌 삶


왤까요. 왜 우리는 과거를 떨쳐버리지 못할까요. 현재의 모습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일까요.

일회성인 우리의 삶이지만 어떻게든 다시 돌아가서 바꿔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후회되는 일, 적지 않아요. 진로, 취업, 이사, 자녀교육 등등.

후회는 끝이 없나 봐요. 아주 오래전 일이 이렇게 갑자기 떠오를 줄이야.


"그때 그랬더라면..."이라고 생각하는 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또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텐데.

결국은 선택 역시 일회성이라 것.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내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참 부질없죠.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잖나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 더 나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근거 없는 단정. 그랬더라면 내 운명이 바뀌었을 거라는 헛된 상상.

갈 길은 바쁜데 과거가 내 발목을 계속 붙드는 형국.


사랑? 사람에게 진실했던 지난날


후회되는 일 중엔 이런 것도 있잖아요. 그때 그 사람에게 고백을 해볼걸. 이런 류의.

사랑을 많이 해봤냐고요? 사랑은 일평생 한 번 오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믿고 싶었는데 사실 아니더라고요. 사랑은 또 온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봄날은 간다'의 류지태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했지만 하림의 노래처럼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사랑을 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것이에요.


감정을 꼭꼭 숨기고 나서 나중에 후회하기도 하잖아요.

정은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얼굴에 드러나고 말투에도 드러나고. 바라보는 눈빛에서 이미 들킬지 몰라요.

먼저 연락해 볼 걸, 그때 연락 왔을 때 만날 걸... 그때 고백할걸...

고백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후회하지 않으려고 고백하는 것이 아닐까요.

고백을 안 하면 가슴 한 켠에 응어리가 평생 남을 텐데.

부끄럽고, 두렵지만 나의 감정에 솔직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내가 먼저 표현하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고요? 그러면 그건 사랑이라 할 수 없어요.


하든 안 하든 후회할 인생인걸


후회는 부질없다, 후회하지 말고 진취적으로(?) 살자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러든 저러든 어차피 후회할 인생, '해봐요! (Do It!)'라고 결론이 내려질 듯 보이네요.

객관적인 상황 때문에 혹은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서 혹은 재정적인 문제 등등으로 방해받지 않을 권리, 즉 선택에 대한 전권이 당신에게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거예요.

다행히 바라던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예상된 결과가 아니라면 물론 낙담하겠죠.


하지만 후회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거예요.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니까요. 자책을 하기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또한 나의 서사(敍事)가 될 거라 생각하는 거죠. 남들이 부러워하는 '스토리텔링'이 하나 보태진 것이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성장하게 되고요.


앞으로 내게 남은 날들.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세상 평범한 이런 문구를 내 인생의 지표로 삼기에는 살짝 자존심이 상하지만, 사실인걸요. 그냥 해봐요. 후회할까 봐 겁내지 말고요.


한편, 후회하지 않으려 고백했지만 거절당한 사람과 고백했다가 거절당해서 고백을 후회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행복할까요?

저는 전자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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