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by 만숑의 직장생활

점심 먹고 나른한 오후, 여느 때처럼 동료들이랑 수다를 떨고 있었다.


오늘의 주제는 ‘이상형’. 누군가는 외모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재밌는 사람, 또 다른 누군가는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꼽았다.


가벼운 잡담이었는데, 분위기는 묘하게 토론처럼 흘러갔다. 그러다 갑자기 질문이 내게 왔다.


“만숑님은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에요?”


잠깐 고민하다가, 괜히 진지하게 대답해버렸다.


“좀 뜬금없을 수도 있는데… 에리히 프롬이라고 들어봤어요?”


순간 동료들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말문을 연 김에 설명을 시작했다.


“그 사람이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썼거든요. 보통 사랑이나 이상형 이야기하면 조건부터 말하잖아요. 키, 성격, 직업 같은 거요. 근데 프롬은 아예 반대로 말해요. 사랑은 감정이나 운명이 아니라, 능력이라고요.”


그래서 프롬은 질문을 이렇게 바꾼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가가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해놓은 좋은 사람의 조건이라는 건 오래 못 간다. 처음엔 웃음이 많아서 좋았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 “왜 맨날 농담만 해?”가 되고, 성실해서 든든했던 사람은 어느 순간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지?”가 된다.


조건은 상황에 따라 쉽게 얼굴을 바꾼다. 관계를 오래 지탱하는 건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다. 프롬이 말한 사랑도 다르지 않다. 사랑은 빠지는 감정이 아니라, 배려하고 책임지고 존중하려는 태도에 가깝다.


그리고 이 태도는, 상대가 완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연습해왔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것이다.


언어와 비슷하다. 아무리 좋은 교재를 만나도 말해보지 않으면 늘지 않듯, 아무리 좋은 사람을 만나도 내가 성숙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로 부딪힌다.


그래서 프롬에게 이상형은 찾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랑을 할 수 있는 상태인가에 대한 결과다. 우리가 맺는 관계는, 서로가 준비된 성숙함만큼만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말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서 제 이상형은요, 저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이에요. 제가 배려나 존중 같은 걸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잠깐의 정적.


“아... 네. 그러니까 만숑님 이상형은 에리히... 뭐라고요? 에리히 프롬?” “그래도 차은우가 낫지 않아요?” “나는 박보검!”


... 괜히 말했나 싶었지만, 그래도 덕분에 이상형에 대한 내 생각은 한 번 더 또렷해졌다.


사랑은 찾는 게 아니라, 할 수 있게 되는 것. 그게 프롬이 말한 사랑의 기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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