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숑의 직장생활 Dec 15. 2023

[5화] 제가요? 전 완전 다르죠

전책임님이 팀에 새로 오신 지도 어느덧 6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어느 정도 회사 분위기에 적응도 하셨고, 팀원들과의 합도 점차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다.


며칠 전, 팀원들끼리 간단하게 술 한 잔 하기 위해 모임을 갖었다. 술자리 초반에는 요즘 하고 있는 업무, 연말에 있을 조직 개편 등 전반적인 회사 얘기로 시작하다가, 자연스레 회사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 (?)로 넘어갔다.


전책임님이 약간 서운한 투로 얘기하신다.

"아니, 제가 처음에 왔을 때 그래도 옆 자리에 앉아 있는 분들에게 자기소개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마케팅 팀에 있는 김책임님이랑 박책임님한테 따로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렀거든요? 그래서 두 분이랑 만나서 제가 어디에서 왔고 전에 어떤 일 했었는지 쭉 설명하고 본인 소개 겸 이전에 하던 일 물어보니까, '저희는 전에 xx브랜드 팀에 있었어요'라고만 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예요. 뭐지? 이 사람들 나랑 얘기하기 싫은가? 생각이 들면서 그냥 그렇게 어색하게 헤어졌어요."

"또 저번에는 마케팅 업무 관련해서 확인할 게 있어서 김책임님이 마침 자리에 있길래, 김책임님 자리로 가서 좀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저를 쳐다보지도 않고 모니터만 보면서 답변하는 거예요. 아 진짜 제 후배였으면 뒤통수를 날리고 싶었... 어쨌든, 뭐예요 그 사람들? 좀 이상하지 않아요?"


"아 김책임님이랑 박책임님 진짜 착하신 분들인데, 아마 무시하거나 기분 나빠서라기보다는, 극 I 성향이셔서 막 살갑게 얘기하거나 말이 많으신 분들이 아니어서 그랬을 거예요. 원래 워낙에 조용하신 분들이셔서 전책임님이 오해할 만도 했겠네요"

 

"그래요? 그런데 저번에도 처음에 저 왔다고 그룹 사람들 다 같이 회식했었을 때, 마케팅분들도 초대했었는데 그분들은 한 분도 안 왔었잖아요? 그때도 뭔가 나한테 언짢은 감정이 있나 생각했었거든요. 그때도 굳이 안 올 이유는 없었잖아요?"

 

"그때는 전책임님 때문이 아니라, 제가 회식 참석 의향 물어볼 때, 처음에는 우리 팀이랑 마케팅 팀만 같이 먹자고 했었는데, 나중에 다른 팀도 조인하게 되어서, 아마 그거 때문에 안 오신다고 한 거 같아요. 다른 팀이랑 섞이면 또 불편할 수 있으니까. 저도 이해는 안 되긴 하는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가요? 아무튼 그 쪽분들은 별로 살갑지 않더라고요. 저를 불편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술기운에 나의 얼굴이 조금씩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음... 뭐 그렇게 크게 신경 쓸 건 아니긴 한데... 제가 생각했을 때,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순전히 제 생각이니까. 마케팅 분들도 그렇지만, 전책임님도 워낙 과묵하시고 말수도 별로 없으시니까, 사람이 좀 차갑다는 인상이 있는 것 같긴 해요. 가끔 냉정해 보이기도 하고. 원래 속 마음은 안 그러신 거 저는 잘 아는데 말이죠."


듣던 전책임님의 작은 눈이 순간 조금 커졌다. 그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야, 당신도 엄청 차갑게 보이거든! 나 처음 왔었을 때 당신이 제일 차가워 보였어!"


순간 당황한 나.

"저요? 제가 뭐가 차가워 보여요, 저는 완전 다르죠, 제가 얼마나 사람들한테 상냥한데요! 그렇지 김매니저? 얘기 좀 해줘봐 봐"


옆에 앉아있던 김매니저는 웃기만 하고 대답을 선뜻하지 않는다. 뭐냐 너? 왜 대답이 선뜻 안 나오는데... 야, 웃지만 말고 대답 좀 해줘 봐. 내가 전책임님 같이 차가워 보이냐? 적어도 너한테는 내가 따뜻하게 잘해줬잖아 그치?


난 인정할 수 없어.

작가의 이전글 [4화] 그래서 결국은 제가 부족한 탓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