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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미 Jul 03. 2023

조금 더 행복한 나, 조금 더 다정한 우리

복지관 청년모임 첫 회의 

5월 2주 동안 개인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인터뷰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첫 공식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모두가 맞는 시간인 금요일 저녁 7시. 그 날은 마침 밀양에서 가장 큰 지역 축제인 ‘밀양 아리랑 대축제’가 열리는 날이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는 우민을 배려해 우민이 긴 시간 동안 사업장에서 자리를 비우지 않도록 우민의 가게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혜진과의 인터뷰에서 얻은 생각으로, 내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지고 즐거워지며 함께 어울리며 이웃과 마을을 위한 선한 활동을 하기에 ‘조금 더 행복한 나, 조금 더 다정한 우리’를 주제로 기획 회의를 준비했습니다. 각자의 활동 경험을 정리하고, 좋아하고 잘하는 공통의 활동을 묶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수집한 활동 내용과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진행 방향과 사용할 수 있는 예산, 세부적인 계획 등을 이야기 나누기로 했습니다.


우민이 있는 가게는 지역 축제와 아주 가까운 곳으로 거리에는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삼삼오오 나온 많은 주민들이 있었습니다. 커다란 헬륨 풍선을 들고 있는 아이, 노점에서 이야기 하며 맥주 한 잔 하고 있는 사람들, 웃고 떠들며 즐거운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우민의 가게에 모였습니다. 가게는 붐비는 바깥보다 조용하고 푹신한 소파가 있어 이야기 나누기 좋았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책모임 수북과 그림모임 목화에서 서로 나이를 모르고 반말을 사용하기에 가꿈에서도 그 관계를 깨지 않도록 담당자만 나이를 알고 알리지 않았으며, 익숙한 반말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반말로 사용하니 회의 분위기도 금방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변했습니다. 


활동은 6월부터 10월까지 월 1회를 목표로 하고 11월에 평가하는 마무리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모임에서 함께 하고 싶은 활동을 이야기하고 그 활동을 제안하는 사람이 기획자가 되어 담당 사회복지사와 함께 그 활동을 구체화하기로 했습니다. 월별 기획자를 정하기로 했으나, 하고 싶은 활동이 비슷한 영역도 있고 활동하는 횟수보다 인원이 많아 활동별로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기획자를 두기로 했습니다. 각자 일을 하고 있고 개인적인 일정도 많아 활동하는 우선 6월과 7월 날짜를 미리 정하기로 했습니다. 


“봉사활동의 클래식은 농촌 활동이지!” 


카페를 운영하며 올해 첫 농사를 시작한 우민이 농촌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우민의 외갓집 마을에 가서 직접 흙도 밟아보고 함께 수확하는 기쁨도 느끼며 마을의 어른들에게 인사하고 점심도 함께 먹자고 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미디어에서만 봤던 활동이라 다들 재밌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마을 농번기 일정에 맞춰 6월 첫 활동을 우민이 기획한 활동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음식을 함께 만들어서 주변에 나누고 싶어.”


요리를 좋아하는 송현이가 다 함께 요리하고 그 만든 요리를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과연 송현이가 요리를 정말 잘 하는지, 그 활동을 기획할 수 있는지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로 잘하는 요리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갔습니다. 


“최근에 「디컨슈머」라는 책을 책모임에서 함께 읽었잖아? 물건을 사는 소비도 줄여야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줄이는 것도 좋은 활동 인 것 같은데, 우리가 모여 전자기기와 멀어져 하늘보고 흘러가는 강 구경하는 ‘디지털 디톡스’활동 해보면 어떨까? 명상과 멍 때리기 그 중간쯤의 활동으로.” 


하니가 밀양강변에서 자연을 함께 관찰하며 스마트 폰을 잠시 꺼두는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좋다! 나 집에 차도 있는데, 끝나고 같이 차 마셔도 좋겠다.” 


하니의 말에 혜진이 의견을 거들었습니다. 밀양강 앞에 모여 흐르는 강을 보며, 떠다니는 구름이 있는 풍경을 생각만 해도 기운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 좋아하는 것들 보니 그림 좋아하는 사람이랑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던데, 아이들이랑 같이 그림 그리는 활동을 해도 좋을 것 같아.” 


이수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림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마침 가치쓰제이에서 소소한 지역 장터를 계획하고 있어서 그 곳에 온 아이들과 어울리는 부스 운영을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베이킹 활동과 헌 이불을 모아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보내는 것, 헌혈,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활동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고 그 이야기에 따른 무수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회의 시간은 두 시간이 훌쩍 넘도록 지나갔고, 가게 주인인 우민이 비워진 커피 잔을 다시 채워주기도 하고 간식을 챙겨오기도 했습니다. 


“우와! 저기 봐!”


가게 창문으로 까만 밤하늘에 화려하게 수놓인 불꽃놀이 풍경이 보였습니다. 잠시 대화를 멈추고 창밖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와 춘절 기간 동안 불꽃놀이를 매일매일 봤다며, 이제 불꽃놀이라면 신물이 날 정도로 지겨운 혜진이 불꽃놀이 대신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화려한 불꽃놀이가 끝나고 마치 짠 듯이 박수를 치고, 또 그 타이밍에 맞춰 함께 박수 친 것이 우스워 또 한참 웃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함께 만나는 활동들이 기대됩니다.     


개인별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었지만 다 함께 모여 다시 한 번 더 모인 취지와 활동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공통된 질문을 알기 때문에 나와 비슷하거나 다른 의견이 궁금하고 재밌었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묶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니 상대방을 더 알아가기 쉽고, 활동 내용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에 근무를 하거나 토요일에 근무해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각종 가족 행사나 결혼식 등 중요한 개인 일정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적절한 어느 때에 맞춰 모이는 날짜를 임박해서 정하는 것 보다 한 달 뒤, 두 달 뒤의 일정을 미리 정해놓는 것이 일정 조율에 편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느슨한 모임이라 일정을 미리 정하고 그 활동에 몇몇 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미리 날짜를 정하는 것이 느슨하게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는 주민의 특성에 맞춰 유연하게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놀러온 듯이 웃고 이야기하며 회의를 진행해준 일곱 명이 고마웠습니다. 앞으로 활동도 보통의 관계로 놀러온 듯이 즐거운 활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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