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힌스 Aug 01. 2023

잘 나가지 않아도 괜찮아

남이 부러워하는 삶이 아닌 '진짜 나의 삶' 살기

누구에게나 아픔은 존재하는데, 나를 아프게 한 것은 바로 ‘아빠’였다.


아빠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는 딸이 학교에서 매번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며 직장 동료들에게 자랑을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친척들에게 내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해, 친척들에게 질문 세례를 받아 곤란에 처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나는 아빠의 거짓말로 인해 나 또한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비참했다. 나는 아빠가 말하는 전교권에 드는 딸도,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딸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나를 항상 거짓말로 포장하는 아빠에게 내가 정말 그렇게 부족한 존재인 걸까 자책도 했지만, 그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누가 남들보다 잘 사는 삶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아빠에게 강요한 걸까?


 사실 우리 모두 누군가에게 '잘해야 된다', '잘 살아야 한다'라고 강요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지, 성적이 전교권 안에 드는지,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있는지, 결혼은 너무 늦지 않게 계획하고 있는지, 애는 언제쯤 낳을 것인지 등 모든 것을 궁금해한다. 정말이지, 정도 많고 관심도 많은 한국 사회 속에서 당연시하게 오고 가는 질문들로 인해 부담을 가지거나 불편해하는 것은 질문받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일뿐이다.


 잘 사는 인생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의 대표적인 예로는 sns상에서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당장 인스타그램만 켜봐도 피드에는 고급진 호텔에서 값비싼 옷과 명품을 두르고 예쁘게 포즈를 취한 사람들의 모습이 가득 넘치고 있다. 그들은 남들보다 더 잘 사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게시할 사진을 신중하게 고르고, 수정하고 또 수정한다. 그리고는 유명한 사람들과도 친분이 많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 우연히 같이 찍은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원래 친한 사이처럼 글을 적어 그들을 태그에 걸고 게시물을 올린다. 그렇게 올린 게시물의 좋아요 수와 조회 수가 올라가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사람들은 그제야 안정감을 찾는다.

한 인플루언서가 새로 산 명품들을 모아놓고 찍는 영상인 일명 ‘하울 영상’을 찍고 나서 다시 전부 반품한 사건, 고급진 아파트에서 찍은 자신의 일상 브이로그도 알고 보니 촬영할 때마다 렌트한 아파트인 것이 화제가 된 사건들도 있다.

과연 이 모든 게 진실된 삶일까? 이러한 삶은 언젠가는 다 사라질 수밖에 없는 거품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진짜 잘 사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진짜 잘 사는 삶은 꾸며낸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기안 84', '김대호 아나운서'의 꾸며내지 않은 일상의 모습들을 보면서 열광하고 있다.

기안 84가 태계일주에서 보여주는 평소 위생 따위 개의치 않고 아무거나 잘 먹는 식습관(a.k.a 장지컬)과 인도 여행을 갔을 때 갠지스강물 상태가 눈살이 찌푸릴 정도로 더러운 상태임에도 그들의 문화라며 받아들이고 강물 안에서 수영하며 노는 모습, 그리고 나 혼자 산다에서 김대호 아나운서가 주말에 방구석에서 혼자 VR 하며 가상 여행을 떠나는 모습, 집에서 백숙을 끓여 먹으며 피서를 보내는 모습들은 그들이 유명인이지만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보내고 있고,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남이 부러워하는 화려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본인의 모습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열정적으로 덤비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쩌면 그들이 자신들처럼 일반적인 삶을 살아서가 아니라, 남들 눈치 보기 바쁜 이 현대사회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동경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예전부터 꿈꾸던 삶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 다 해 보고 죽을 때가 되어서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네' 하며 후회 없이 죽는 것이었다.

 전역 후 지금은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며 글을 쓰는 백수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의 다음 목표는 좋은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유능한 마케터가 되는 것이다. 백수가 되고 나니 수입이 끊겨서 불안함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가기 위해서는 모든지 성급하게 결정해서는 안된다. 지금처럼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마케터의 길로 한 발짝 나아갈 것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더 고민해 보고 계획을 세워보자. 그렇게 점점 삶 속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채우고 나면, 내면이 단단해져 있는 나를 발견할 것이며 더 이상 남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그것이 바로 '진짜 나의 삶'이다.

작가의 이전글 여미새, 남미새를 조심하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