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발걸음이 이유 없이 멈춘다. 얼어붙은 연못 위에 누각이 서 있고, 그 뒤로 절벽이 묵묵히 받쳐준다. 눈이 없어도 이미 겨울은 완성돼 있다. 전남 장성 백양사의 풍경이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된 천년 고찰 백양사는 내장산 국립공원 안에 자리한다. 화려한 단풍의 계절이 지나면, 대신 고요와 맑음이 찾아온다.
수천 그루의 갈참나무와 단풍나무가 만든 숲길은 겨울의 숨결로 가득하다. 걷기만 해도 숨이 고르고 마음이 비워진다.
입구에 들어서면 연못 위 정자 쌍계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얼어붙은 수면 위로 비친 누각과 절벽은 동양화처럼 고요하다. 가을에는 단풍이, 겨울에는 정적이 주인공이 된다.
쌍계루를 지나면 대웅전과 극락보전, 사천왕문이 이어지고, 모두 전남의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백양사는 불교 수행의 중심지로도 오랜 전통을 지닌다.
주차장에서 절집까지 약 0.5km의 숲길엔 5천여 그루의 비자나무와 고로쇠가 터널처럼 이어진다. 눈이 내리면 세상이 멈춘 듯, 그렇지 않아도 맑음이 충분하다. 12월, 마음의 설경을 보고 싶다면 백양사만 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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