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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도움을 주려 하는가? 나의 동기를 돌아보다

by 새벽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부터였을까, 문득 그 물음이 나를 멈춰 세웠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사람들의 아픔에 쉽게 마음이 흔들렸다. 친구가 울면 함께 울고, 누군가 다쳤을 땐 가장 먼저 달려가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엔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감정이 앞섰다. 나에게 도움은 선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하나의 감정이었다.


하지만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그리고 점점 더 복잡한 세상을 마주하면서, 나는 내 안의 이 '도움'이라는 감정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는, 나 자신의 욕망은 아니었을까?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도움’이라는 이름 아래 내 마음을 포장한 건 아닐까. 그 생각에 도달했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 동기를 마주하게 되었다.


도움을 주는 일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안에 깃든 동기가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진심 없는 도움은 때때로 상처가 되고, 나의 만족을 위한 도움이 상대방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는 왜 돕고 싶은가? 그 마음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 질문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더 정직한 ‘도움’을 배우고 있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늘 선한 것은 아니다.

도움을 가장한 통제, 또는 상대방을 나보다 낮게 보는 시선에서 비롯된 연민일 수도 있다. 나도 한때는 그것을 구분하지 못했다. 좋은 의도였다고 말하면서, 누군가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내 방식대로 돕고자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도움이라기보단 ‘나의 정의’를 강요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 수많은 사례와 이론 속에서 ‘도움’의 다양한 형태를 마주했다. 그 과정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어떤 도움은 오히려 자립을 방해하고, 어떤 선의는 누군가의 존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진짜 도움이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내가 돕고 싶었던 이유는 결국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증명'이기도 했다. 그것을 인정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 필요로 여겨지고 싶은 바람이 ‘도움’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나는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짜로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시작할 수 있었다.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서의 나,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의 나,

그 안에는 여전히 흔들림도 있고, 확신 없는 순간도 많다.

하지만 그 마음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태도야말로, 내가 진짜로 누군가를 돕고 싶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도움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친절은 때로 누군가의 삶에 깊은 간섭이 되고, 지나친 배려는 상대방의 자율성을 침해하기도 한다. 내가 의도한 선한 마음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 이후부터, 나는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에 대해 자주 고민했다.


그 기준은 언제나 명확하지 않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같은 상황이라도 나의 위치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도움’이라는 단어 앞에 늘 질문을 붙이게 되었다.

“지금, 이 사람이 진짜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주는 이 도움이, 과연 이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계를 세운다는 건 때때로 냉정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선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도움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도움은 감정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행위다. ‘착한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나는 공부를 통해, 그리고 사람을 통해 배웠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돕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감정에만 이끌려 행동하지 않는다. 조금 더 멈추어 서서 묻고, 생각하고, 때로는 뒤로 물러나는 연습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연습들이 쌓여, 나의 ‘도움’이 누군가에게 진짜로 다정하고 단단한 손길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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