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돕고 싶었다.
어쩌면 그게 나의 역할이라고, 내가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지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힘이 되어주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진심을 다해 들어주고, 조언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했다.
"나는 못해."
"나는 안 되는 사람이야."
애써 건넨 말들이 공허하게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다시 한번 용기를 북돋아주려 했다. 방법을 같이 고민하고, 조금씩이라도 나아갈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하지만 같은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나도 점점 무력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
아니, 내 도움이 이들에게는 정말 필요한 걸까?
상대방이 변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책임이 내게 있는 건 아닐 텐데도, 스스로를 자꾸 탓하게 됐다.
"내가 더 좋은 말을 했어야 했나?"
"내가 더 잘 도와줬어야 했나?"
그런 고민을 할수록 점점 더 지쳐갔다.
도움을 주려던 나는, 어느새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계속 생각했다.
내가 느끼는 답답함이 혹시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정말 이 사람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일 수도 있는데, 나는 내 감정만 앞세운 게 아닐까?
그렇게 고민하다 보니 죄책감이 커졌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작 나는 그 사람의 감정을 묵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조언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말을 꺼낼 때마다 조심스러워졌고, 혹여나 내 말이 상처가 될까 봐 겁이 났다.
동시에, 끝없는 의심이 밀려왔다.
"이 사람은 정말 변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내 말을 듣는 척만 하는 걸까?"
계속해서 돕고 싶었지만, 무력감과 죄책감이 점점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나는, 돕는 사람이면서도 한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한때는 이런 노력들이 뿌듯했다.
내가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고, 그 사람이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쳤다.
화가 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다.
그래도 참고 웃으며 조언했다.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가볍게.
언제나 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응원도 많이 해주었고, 그저 이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며 사랑해주고 보듬어주었다.
그 사람이 가진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기를 바라면서, 더 많은 말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그 마음이 남아 있지 않았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던 시간도, 답답함에 울었던 시간도 이제는 희미해졌다.
슬픔도 점점 무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요즘 나는 매일 한숨을 쉬며 살아간다.
도와주고 싶은데, 그 마음이 나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