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나를 삼킬 때

by 새벽

나는 종종 내 감정에 휩쓸린다. 아주 작은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어제는 웃었던 일이 오늘은 괜히 서글퍼지기도 한다. 감정이란 건 정말 알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어떤 날은 내가 나를 다룰 수 없을 만큼 거세게 밀려온다. 나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서, 감정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깊은 바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감정의 바다는 너무나도 깊어서 누가 꺼내주지 못하면 한참 동안 나오지 못할 정도다.


특히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은 날엔,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흐려져 버린다. 친구와의 사소한 오해, 말하지 못한 가족과의 거리, 갑자기 떠오른 과거의 기억. 그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내가 가진 감정들이 내 몸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 든다. 마치 파도처럼, 나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그럴 때는 나도 내가 싫어지고, 이 감정을 꺼내놓고 싶지만 누구에게도 말하기가 어려워진다.


처음엔 그게 너무 무서웠다.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걸까, 왜 이토록 예민한 걸까. 왜 나만 이렇게 복잡하게 느끼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날 괴롭혔다. 누구에게 털어놓기도 어려운 이 감정들을 혼자 껴안고 있자니, 점점 지쳐갔다. ‘나만 이럴까?’ 하는 생각에 더 외로워지기도 했고, 세상이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마음의 문을 닫은 날도 많았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답할 용기가 아닌 눈물이 먼저 나와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그 순간만큼은 감정이 먼저 터져 나와 나 자신도 놀라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조차 무서워져, 그 이후의 말들도 삼켜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감정이 이토록 복잡하고 벅찬 건, 그만큼 내가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뜻 아닐까? 아픈 감정도, 흔들리는 감정도, 다 나라는 사람의 일부일 수 있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감정을 느끼는 건 결코 약한 게 아니고, 오히려 솔직하다는 증거라는 걸 깨달아가는 중이다.

슬픔이 찾아올 땐 그 감정을 밀어내기보다, 그저 옆에 앉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화가 날 때는 그 감정 뒤에 있는 내 기대와 상처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불안할 때는 내 마음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보려고 한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 감정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연습. 쉽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나는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감정에 휩쓸릴 때가 많다. 작은 일에 쉽게 상처받고, 눈물이 났다 멈췄다를 반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들이 나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나를 자라게 하는 과정이라는 걸 믿는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따뜻함이 남기도하고, 불안이 지나간 자리에 용기가 움트기도 하니까. 감정은 늘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는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고.


요즘의 나는 감정에 무너지기보다는, 그 감정에 잠시 앉아 쉬어간다. 그리고 조용히 나 자신에게 말해준다. “괜찮아, 오늘도 잘 버텼어. 이렇게 흔들리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거야.” 때로는 감정이 너무 벅차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울기만 할 때도 있지만, 울고 나면 또 웃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걸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라는 걸 조금씩 느낀다.

누군가 나에게, 감정을 잘 다루는 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잘 무너지는 법을 배우는 거야. 무너질 때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스스로를 안아주는 거.”

감정이 나를 삼키는 그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나답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들 덕분에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여정 속에서
나는 점점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게 나를 이해하고 다독이려 해도,
때론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무너져버릴 때가 있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그 무너짐 속에서도 애쓰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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