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 COLOR

나만의 색채가 언제나 내 삶을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

by 글쓰는 디자이너

몇 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었다. 소설은 고등학교 시절 끈끈했던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그러진 뒤, 16년이 지나 다시 그들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감명 깊었던 장면이 있다. 주인공이 과거의 여자 사람 친구를 만나는 장면이다. 그녀는 현재 핀란드에서 도자기를 만드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주인공은 그녀를 보며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그 시절 그녀는 여러 가지 색으로 반짝이는 존재였다. 언제나 다채롭고 생기 넘치는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무채색처럼 느껴졌다.


왜 그녀는 무채색의 사람이 되었을까? 무엇이 그녀를 무채색으로 만들었을까.

원래 사람은 꿈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은 고등학교 시절에는 무엇을 해도 빛이 나고 무지개색이 아닐까?

시간이 흐르고 사건과 사고를 만나면서 사람들은 원래 자신이 원하던 것들을 하나씩 현실과 물물교환을 하면서 원래 자신의 색이 조금씩 바래지는 건 아닐까?

분명 시간의 흐름이 우리의 모습에 무언가를 남기거나 지워 간다는 사실만은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하루키의 책에 나오던 그 고등학생처럼 다양한 색채로 빛을 발산했었는데, 하기 싫은 일 하면서 직장 생활, 마감, 상사, 스트레스로 나의 색채도 조금씩 무채색으로 변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두려움보다는 설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시절.

길에서 혼자 웃어도 어색하지 않은 시절.

미래는 업고 현재만 존재하던 시절.


그 시절의 반짝임은 오직 그 시간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분석했다. 어떤 것들의 나를 그렇게 빛나게 해주었는지.


에너지, 호기심, 도전, 웃음


그때와는 다른 에너지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도전 정신으로 하루라도 더 많이 웃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엄마로서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던 즈음, 문득 떠올렸다. 내 인생이 가장 다채롭고 반짝이던 그 시절처럼 지금은 화려하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만의 고유한 색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그렇게 다짐했다.

세월이 흘러 색채는 변했지만, 그 변화 속에서 나만의 색이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의 나는 비록 과거처럼 찬란히 빛나지 않아도, 나만의 색으로 하루를 채워가고 있다.



내게는 나만의 고유한 색채, 에너지, 그리고 나다움이 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환경, 그리고 서로 다른 생각들 속에서도 나를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나만의 색채가 언제나 내 삶을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색채가 나를 나답게 만들어 갈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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