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

버려지는 시간도 계절도 없다. 나를 성장시켜 주는 시간들일뿐.

by 글쓰는 디자이너

2014년, 15년도에 열심히 기록을 했었다. ‘Link to Link’ 프로젝트에 많은 이야기가 필요해서, 좋은 글귀, 생각들, 일기, 소소한 것들을 많이도 기록했었다. 무인양품 무지 노트 10권.

그곳에서 영감을 얻어서 2023년의 유월을 살고 싶다.

그 시절엔 사랑의 실연도 달콤했고, 일상의 소소한 것들이 새록새록 새롭게 보이기도 했고, 오감으로 모든 자극을 받으며 살고 있는 듯했다.

이제는 그런 실연이니, 아픔이니 하는 것들에 시큰둥한 아기 엄마가 되었지만, 그때의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건 드라마만큼이나 재밌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조울증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땐 그는 구름 위를 걷고 있는 상태였고, 모든 것이 유쾌했었다. 정말 하늘에 있는 달도 구름도 다 따다 줄 것처럼 굴었다. 그 시간도 잠깐.. 우울이 되는 시기가 왔다. 나도 예민한 사람인데, 나는 그에 비하면 난 곰이었다.

얼마 안 가서 우리는 헤어졌지만. 그 후유증이 엄청났다. 그때가 서른넷이었는데, 그때의 나는 다시는 심장이 콩콩콩 뛰는 사랑 따위는 다시 못 할 줄 알았다. 운명 같은 사랑은 이십 대에 나 가능한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그런 사랑이 다시 온 거라고 착각했었다.

내 심장이 아직 늙지 않아서 다시 사랑이라는 감정에 설레고, 미치게 보고 싶고, 그 사람만 생각하게 된 것에 혼자 좋아하기도 했었다.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다시 뛰는 내 심장이 미웠다. 술 마시고 그다음 날 핸드폰을 보면서 새벽 3시에 보낸 문자를 보면서 절규했었다. (지금 생각해도 진짜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고 싶다)

사랑한 시간보다 잊기 위한 시간이 더 길었고, 잊겠노라 다짐하면 더 미친 듯이 그리워졌던 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들 때문에 힘들었고, 그것들을 토해내고 싶어서 많이 쓰고 그렸던 것 같다.

그때는 사랑은 아프고 뭔가 끈적한 것으로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감정의 늪에 나를 빠뜨리곤 했었다.

이러한 한 계절이 있었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고,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나의 오월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곧 원숙한 여인 같은 유월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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