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 아침,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막내가 “아빠! 오늘 쉬는 날이야?”라고 묻는다. 아직 요일 개념을 몰라 묻는 말이다. 매일 쉬는 날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막내는 집에서 태어난 오빠들과 달리 조산원에서 태어났다. 엄마, 아빠의 철학이 자발적 가난에서 벗어나는 시기여서 천 기저귀를 찼던 오빠들과 달리 처음부터 일회용 기저귀를 찼다. 엄마 아빠가 점점 편한 걸 택하다 보니 가정 보육을 오래 한 오빠들과 달리 어린이집도 일찍 다니기 시작했다. 시골 할머니들이 읍내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시기였다.
막내는 꽤 오랫동안 머리카락이 짧았다. 그래서 아들 셋으로 보일 때가 많았다. 여행 중에 막내가 추워서 딸꾹질하는 걸 보고 한 아주머니께서 “괜찮아, 남자들은 춥게 키워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막내는 오빠한테 "형아~ 형아~"라고 불렀다.(지금은 오빠라고 부른다.) 오빠들 사이에서 자라서인지 막내는 오빠 비쪄(비켜), 안돼 하면서 오빠를 밀치기도 하며 자랐다.
막내는 마당에서 꽃을 따거나 잎사귀들을 가지고 논다. 산책을 가면 솔방울, 도토리를 잘 주워온다. 바다에 가면 조개, 소라도 잘 주워와 우리 집 정원 한켠에 자리하고 있다. 막내는 동물을 좋아한다. 고양이, 닭, 강아지한테 잘 다가간다. 한번은 겁 없이 다가가 강아지한테 종아리를 물린 적도 있다. 또 인형 가게에 가면 항상 동물 쪽으로 간다. 강아지 인형을 데리고 놀다 재우기도 한다. 자기는 엄마이고 인형은 아기 역할을 한다. 잠을 잘 때는 인형을 바꿔가며 곁에 두고 잔다. 신기하다.
우스갯소리로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는데 딸을 낳아 금메달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한다.", "딸이 비행기 태워준다."라는 말도 종종 듣는다. 아내도 나도 아이 셋은 갖고 싶었다. 왠지 셋이 안정된 느낌이라고 할까? 첫째를 임신했을 때 아내와 경주 어느 민박집에서 묵은 적이 있다. 민박집 아주머니가 애가 셋이면 엄마가 부처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바람대로 삼 남매의 부모가 되었다. 아이 셋을 키우다 보니 저절로 애국자 칭호를 듣게 되었다. “저 집은 아이를 셋이나 낳았어. 요즘은 다자녀가 부의 상징이라던데.”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구름이 이 날씨가 좋대.”라고 표현하는 막내는 자연과 가까운 삶이 어울린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에 살고 싶은지 물어봤는데 주택이 더 좋다고 한다. 뛰는 게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아마 우리가 아파트에 살았으면 층간 소음으로 민원이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자연과 함께한 유년 시절이 막내에게 큰 자양분이 되길 바랄 뿐이다.
"내 꺼야~ 하지 마~ 내 꺼야~" 막내가 잠꼬대를 한다. 또 작은 형아가 장난감을 빼앗는 꿈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