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시
박성현
여기는 죽은 자들의
몸, 벌레가 알을 슬고 그 알이 깨어
어미를 뜯어먹는 몸들의
수도원,
침묵과 피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나는,
주소도 표식도 없는 천국의
가장 먼 곳,
짐승을 잡아 가죽을 벗기고
살과 내장을 분리했지
뼈는 불에 태워 가루로 만들었다네
저녁과 밤을 가르는 짙은 군청색 하늘에
흩뿌려진 뼈의 불꽃,
뼈의 냄새, 뼈의
소리, 페치카에서 끓는 신의,
갈기갈기 찢긴
* 월간 <문학사상> 2023년 12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