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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Apr 10. 2024

수요일의 시


    


박성현




새가 날아와 

곁에 앉았습니다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다가 아침이면 떠났습니다 

어젯밤에는 새의 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부리를 열었는데 

당신이 웅크려 있었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당신을 꺼냈습니다 

차고 앙상한 팔과 다리가 쑥쑥 뽑혔습니다 

당신이 없는 곳에 벼랑만 가팔랐습니다 

당신의 팔과 다리를 들고 

벼랑에 올랐습니다 몇 년이고 

비와 눈과 바람을 짊어졌습니다 

매일매일 새가 날아왔습니다 

매일매일 웅크린 당신을 뽑아냈습니다










* 계간 <상상인> 202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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