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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Apr 03. 2024

우체국

수요일의 시


우체국



박성현




               

엽서를 쓰고 우표를 붙였다

짧고 가는 문장이 두 줄로 포개져 있었다

읽을 수 있을까, 이 비틀거리는

새의 말을 쓸쓸한 발톱이 휘갈겨 쓴

마음의 잔해들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을 따라 갔다

가다 멈추고 공원 근처

가까운 편의점에서 생수와 빵을 샀다

벚나무 아래 나무의자에는 녹지 않은 눈이 가득했다

녹을 수 없는 눈과

녹지 않는 눈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엽서를 꺼내 그 두 줄의 문장에서

희고 간결한 새를 꺼내 날려 보냈다










* 시집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문학수첩, 2020.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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