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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Mar 27. 2024

저녁이 머물다

수요일의 시


저녁이 머물다  



박성현




             

바람이 불었네

미세먼지가 씻겨 간 오후

외투에 툭, 떨어진 햇살 한줌 물컹했네 

잠시 병(病)을 내려놓고 걸어 다녔네

시청과 시립미술관이 까닭 없이 멀었네

정동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해 기우는 서촌에서 부스럼 같은 구름을 보았네

물고기는 허공이 집이라 바닥이 닿지 않는데

나는 바닥 말고는 기댈 곳 없었네

가파르게 바람이 불어왔네

내 몸으로 기우는 저녁이 쓸쓸했네

쓸쓸해서 오래 머물렀네







* 시집, <내가 먼저 빙하가 되겠습니다>, 문학수첩, 2020.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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