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7 인스타그램 스토리
24시간의 유예 _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일회성의 가치
우리가 올리는 사진과 짧은 영상들은 24시간 후면 사라집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마치 모래 위에 그린 그림처럼, 기록되지만 영원히 남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일회적인 기록이야말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고, 사라짐 속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왜 우리는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스토리를 올리고, 또 누군가의 스토리를 보고 나서 곧 사라질 흔적에 마음을 빼앗기는 걸까요? **일회성의 가치**가
가진 심리적, 예술적 아름다움을 탐구해봅시다.
사라짐 속에서 존재하는 아름다움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합니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유한성을 설계한 디지털 공간입니다. 흔히 우리는 기록을 영원히 남기고 싶어 하지만, 스토리는 이를 거부합니다. 그것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특별해지며, **‘지금 이 순간’이라는 시간성을 강렬하게 의식**하게 만듭니다.
영원히 남는 게시물은 우리의 일상과 생각을 정교하게 포장하게 만들지만, 24시간의 유효기간을 가진 스토리는 그 순간을 온전히 담는 것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소멸을 전제로 한 콘텐츠를 올리며, **사라질 것을 알기에 더욱 자유롭고 가볍게 기록**합니다. 어떤 사진은 장난스럽고, 어떤 영상은 즉흥적이며, 어떤 문장은 순간의 감정에 충실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스토리는 우리의 진짜 일상과 감정을 반영하는 가장 솔직한 공간이 됩니다.
일회성의 가치: 사라질 것임을 알기에 더 소중한
스토리의 24시간은 **마치 모래시계의 마지막 몇 알**처럼 느껴집니다.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 없듯, 스토리도 그렇게 우리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 버립니다. 그러나 이 사라짐의 속성이야말로 스토리가 가진 가장 큰 미학적 특징입니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우리는 더 깊이 몰입합니다. 친구가 올린 사진 속 풍경,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서 흔들리는 그림자, 간단한 문구에 담긴 감정. 이런 것들은 오래 남지 않기에 **바로 지금 그것을 보며 의미를 부여**하려는 우리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일회성의 미학은 ‘이 순간을 놓치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우리로 하여금 순간에 몰입하게 합니다.
이는 단지 디지털 콘텐츠의 문제가 아닙니다. 삶도 스토리와 닮았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순간들, 지나가는 감정들, 찰나의 관계들—이 모든 것들은 일회적이고, 결국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스토리는 그러한 삶의 속성을 디지털이라는 언어로 압축해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스토리를 소비하며 우리는 삶의 본질적인 속성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사라진다.’
기록하지 않음의 해방감
스토리의 또 다른 매력은, 기록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일반 게시물은 ‘좋아요’의 숫자와 댓글로 평가되며, 온라인 상에 영원히 남아 우리의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롭습니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어설퍼도 상관없다**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완벽한 구도나 색감, 정제된 문장으로 꾸미기보다는, 대충 찍은 사진이나 순간의 생각을 가볍게 올리고 또 지우며 우리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순간에 충실한 삶의 미학**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스토리를 올리는 행위는 마치 불꽃놀이를 터뜨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밤하늘에 찰나의 아름다움을 그려 넣고, 그것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감상하다가 사라짐을 받아들이는 경험. 그 불꽃이 사라지는 동안 우리는 영원히 기억될 무언가가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순간의 가치를** 음미합니다.
스펙터클의 시대에서 단순함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과잉 기록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일상을 촬영하고, 각자의 아카이브를 쌓으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저장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기록 속에서, 정작 ‘지금’을 느끼는 순간은 희미해지곤 합니다. 스토리는 이러한 과잉 기록 속에서 오히려 단순함을 선사합니다.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스토리는 **기록의 의무를 덜어내고 순간의 감각만 남깁니다**. 우리는 그 순간 무엇을 보았고, 느꼈고, 생각했는지를 담아낸 뒤, 이를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과 나누고는 자연스럽게 떠나보냅니다. 기록을 쌓는 행위가 아니라, 순간을 나누는 행위로 스토리는 진정한 **소통의 감각**을 회복합니다. 스토리는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지만, 동시에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며, 이 역설이 스토리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스토리의 사라짐이 주는 예술적 교훈
스토리는 단지 일상의 기록일 뿐이지만, 그 속에는 예술적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의 미학과 유한성의 가치를 우리에게 상기시킵니다.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 순간의 경험은 영원히 우리에게 남는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것이죠.
이러한 속성은 단지 디지털 콘텐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랑, 추억, 관계, 그리고 삶 자체. 이 모든 것은 결국 유한한 것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것입니다. 스토리는 우리에게 일상 속에서 이 미학을 경험하게 하고,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라지기에 더 소중한 24시간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현대적 형태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원히 남길 필요 없는 순간들, 그러나 바로 그 소멸성 때문에 더 특별해지는 기록들. 스토리는 우리의 일상을 담아내고, 이를 통해 삶의 본질을 반영합니다.
스토리를 올리고 지켜보며 우리는 깨닫습니다. **사라질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스토리는 우리에게 삶의 찰나를 느끼게 하고, 사라짐 속에서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합니다. 24시간 동안 빛을 발하다 사라지는 디지털 흔적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스쳐가는 모든 순간과 닮아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스토리가 가진 일회성의 가치이자, 사라질수록 더욱 빛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