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슬포항, 뽀로로 테마파크
< 4. 29. 토 >
짜박짜박 안개비가 온다.
제주살이 절반이 비다.
제주에는 4월에 비가 자주 온단다.
이것을 고사리 장마.
12번까지 꺾는다는 고사리를 키우는 비여서 고맙게 생각한단다.
10시가 되어서야 손녀가 온다.
모슬포항의 돈방석으로 달린다.
아들에게 부시리, 고등어회를 먹여주고 싶었다.
올해만 세 번째 보는데도 할머니는 몰라본다.
일부로라도 아는 채를 해야 맛난 음식 하나라도 더 먹지.
담백한 부시리와 기름진 고등어가 아주 환상 조합이다.
오늘 신나게 놀아보려는지 손녀도 밥이며 국수를 볼에 가득 밀어 넣는다.
오후 1시 뽀로로 테마파크.
손녀와 나만 입장.
비용이 너무 비싸 인원을 최소화했다.
그 핑계로 바닷가 전망 좋은 곳에서 차나 마시며 시간을 보내겠다는 아내와 아이들.
오늘은 내가 확실하게 봉사하리라.
뽀로로 인형, 신나는 음악.
아이는 방방 뜬다.
새로운 기구는 무섭다고 꽁무니를 빼지만, 달래서 한 번 시켜보면 바로 적응이다.
트램플린을 뛰는데 균형감각이 놀랄 정도다.
잠깐 체육교육과를 지망했던 엄마의 피를 그대로 받았나 보다.
꼬마 기차, 회전목마, 상어를 타는데 할아버지와 함께 오는 아이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체험관들을 둘러보지만, 아직 알아먹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잠자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녀석.
잠깐 안아주는데 바로 코를 곤다.
간식도 먹기 싫다며 도망치더니 얼마나 피곤했을까?
그럼 나는.
결국 오후 6시 폐장할 때까지 장렬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인상 찌푸린 많은 아빠 틈에서 꿋꿋하게 잘 버텼다.
내가 2살의 기억이 없는데, 녀석이라고 할아버지와 한나절을 기억이라도 하겠나.
할애비의 고군분투를 내 새끼들은 보았을 것이니, 지들도 그리하겠지.
교육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가정교육은 그래야 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안개 낀 1135번 국도.
비상등을 켜고 기어가는 차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지독한 안개다.
렌트카를 반납하고 버스를 타고 왔다는 큰딸과 사위.
딸의 얼굴이 확 펴졌다.
그래 아이 없이 맘껏 여유를 가진 이틀, 충전의 시간이 되었으면 내 아픈 허리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백번이라도 그리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