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지오그라피를 보고

2021.05.18

by 고주

남도 지오그라피를 보고


심심할 때면 명심보감을 펴는 할아버지를 두고

밭으로 나가는 나주의 진동 할머니

풀 하나 없는 마늘밭을 휘휘 호미로 긁다

정성스럽게 써보는 김봉순

이름도 쓸 줄 모른다고 구박받을까 봐

영감님 몰래 늦게 배우고 있는 글자

가슴에 박힌 한을 뽑는 일


밭두렁에 앉아

바쁘게 동네 앞을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젊어 고생할 때는 시간이 지지리도 안 가더니

언제부턴가 저 차보다 더 빠르구나

내 시간에는 브레이크도 없는가 보다

해는 빨리도 뜨고 왜 이렇게 빨리 지는지

자꾸 서러운 생각만 든다


영감님은 글씨 연습한 할머니의 노트를 보고

왜 진즉 가르쳐주지 못했을까 미안한 생각만


저녁 밥상을 물리고

반듯하게 칸이 쳐진 공책에

“고생했네, 사랑하네”라 쓰고

무슨 글자인지 묻지도 말고 몇 번이고 쓰라하네


큰소리로 따라 읽으라며

자꾸 헤매는 흠흠 소리를 섞어 읽는다

“고생했네, 사랑하네”

"오매 죽을 때 다되었나 보네

별소리를 다 듣네, 와"


거북 등처럼 쩍쩍 금이 간 지붕 위로

별은 빨리도 떠 오래오래 머무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