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공부

2023.10.18. 수

by 고주

연일 올가을 들어 제일 추운 날씨란다.

앞 차와의 거리는 충분히 비워둔다.

바쁜 사람은 언제든지 들어와도 좋다, 내가 다 준비하고 있다.

운전대를 자주 잡지 않아 부담스러웠는데,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겼다.

나팔꽃이 바람에 팔랑거리고 있다.

교통방송 김라나 아나운서는 새벽부터 땀을 뻘뻘 흘린다.

익숙해진 분위기, 노래의 박자와 리듬이 맘에 쏙 든다.

광주방송이 아니어서 아쉽지만.

석수역 버스 정류장은 출근길에 제일 막힌다.

그 뒤로 멀리 산 아래 미루나무가 있는 곳이 내가 근무했던 부대다.

연병장에서 차려 포를 신나게 훈련했고, 공을 찰 때면 내 러닝을 잡고 늘어졌던 김 병장을 매달고 골대로 달음박질했었다.

퇴근길에 한 번 들러봐, 아서라 아는 사람 하나 없을 텐데.

마음에 두고 간혹 술자리 안주로 꺼내 먹어보면 그만이지.


4년째 이 학교에 있다는 연구부장님은 미리 걱정이다.

5년이 만기인데 어떻게 이런 학생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겠느냔다.

어제 와 줄 수 있겠느냐는 학교에서는 연락이 없다.

휴대폰을 열고 확인하는 내 손가락이 바쁘다.

참아야 한다.

내 카드를 빨리 보여주는 것은 하수다.

“힘드시지요. 그래도 사모님은 좋아하시지요?”

옆자리 선생님은 주말에 서방님과 함께 보내기도 숨이 막히신단다.

남자는 모름지기 해뜨기 전에 나와서 해 떨어지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내가 들어가는 6개 반 중 10반이 좀 특이하다.

왁자하게 소란스럽기도 하고, 내가 들어가도 진정되기까지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린다.

그래봐야 컵에 물 한잔 채우는 정도이지만.

목젖을 밀고 나오려는 말을 삼킨다.

적막으로 빠진 교실을 둘러보며 참 잘했다, 역시 기다림이 명약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수능준비반으로 갔던 아이들이 4명 들어와서 그런지 교실이 꽉 찼다.

규칙을 지키지 못한 아이들이라면 개성이 강한 녀석들일 것이니 분위기도 주도하겠지.

더 지켜봐야겠다.

책을 펴고 생각 하나 접고, 책을 덮고 생각 하나 꺼낸다.

왜 아이들은 수학은 공부하지 않지?

수학도 리듬인데.

틀린 문제의 절반은 계산 실수다.

암기 과목은 아니지만 문제를 읽고 풀이를 전개하는 것도 잘 정돈된 개념부터이다.

감각을 잃으면 허둥대다 큰 낭패를 보는데 걱정이다.

내가 훈수를 두는 것은 떠난 차 세우는 격이다.

여전히 누워있는 저 녀석을 깨우고 싶지만, 우리의 거리를 좁히기에는 아직 덜 친하다.

화장실에서 내장이 다 쏟아질 것처럼 코 푸는 소리가 들린다, 오랫동안.

녀석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서 안타까운데, 교실은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적요하다.

한 번쯤 와하고 웃어 줘야 하지 않은가?

내가 적응이 안 된다.


24도의 공기가 쏟아지는 에어컨, 아니 온풍기로 바뀌었구나.

새로 시집 두 권을 빌려왔다.

어려워서 책을 놓고 밖을 보는 시간이 늘어난다.

킬러 문제처럼 시도 어려워졌다.

글 쓰는 사람들의 카르텔을 조사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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