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14. 화
산만큼 큰 호텔들이 즐비한 해안가, 그 속에 무엉탄 호텔.
저기서 내가 잔다고?
겁을 먹는 순간 여기는 아니라고 자리를 옮기기는 하지만, 여기도 엄청난 무엉탄.
내가 지금까지 자 본 곳 중의 제일 크고 고급스럽다.
가문의 영광이다.
짐만 놓고 동네 구경.
놀이공원 앞 광장, 케이블카 타는 곳들에서 물 건너 얄미운 나라 냄새가 난다.
고개를 쳐든 기와지붕도 그렇고 붉은 색상도.
실제로 일본 자본이 들어와 건설했다고 한다.
바다 건너 언덕으로 가는 케이블카.
해변을 따라 반듯하게 줄 서 있는 호텔들, 작지만 가지런한 모래사장, 묶인 배들.
바다 가운데 흐린 안갯속에서 가물거리는 작은 섬들.
상상 이상이다.
케이블카를 내려보니 오사카성을 옮겨놓은 것 같은 건물, 단정한 정원이 보인다.
이제 눈치 보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들이대고 있다.
구름다리 건너의 사당은 일본의 신사 그대로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돌아오는 길, 우연히 보게 된 세계 최대 크기라는 대관람차 썬휠.
일본을 상징하는 태양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할롱베이 가장 높은 언덕에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니, 저놈들의 끈질기고 교묘한 의뭉한 심보를 어찌할 거나.
조심하세요.
호 할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긴장해야 합니다.
굳이 왜 무서운 저것을 꼭 타야 하는지.
무섭게 내리꽂는 집라인.
브레이크를 잡는 손에 땀이 흥건하다.
피하지 않겠다.
새로운 것은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현지인들에게 인기 있는 해산물을 취급하는 식당.
준홍이는 뒷짐을 지고 주인과 흥정한다.
마치 공판장 경매인처럼.
바지락, 새우, 가재, 낙지.
큰 도가니에서 따라주는 35도짜리 소주.
바지락볶음 국물에 찍어 먹는 빵의 맛이란, 그냥 죽음이다.
환갑까지 느껴보지 못한 신비한 맛의 세계, 새로운 세상.
호강한다, 정영태.
일일 일 마사지는 꼭 지켜야 한다.
너른 프런트, 소파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사람들은 여행 가이드들.
발과 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달라는 부탁에 네 명의 여전사가 들어온다.
제발 말 좀 그만하고 일하라는 준홍이.
마사지사가 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고 있나 보다.
왜 이렇게 잠은 오는지.
자는 순간 마사지사의 손이 멈춘다고 준홍이가 주의 주었건만, 공부 못한 학생은 결정적일 때 꼭 잠을 잔다니까.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자.
말린 과일 씨를 안주로 먹는 333 맥주, 할롱 맥주.
하루의 마지막은 이렇게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돌아보고, 내일을 계획하자는 기승이.
일정을 짜고 일행을 안내하는 기승이는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속은 더 새까맣게 탔을 것이다.
능구렁이 아줌마는 인심 쓰는 것 같으면서도 계산은 칼이다.
그래봐야 쥐꼬리만 하지만.
기운이 없다가도 술을 한잔 하면 텐션이 오른다는 준홍이는 술꾼이 되어가고 있다.
술맛 들였으니 풍암동 술집 살판나겠다.
잠아 잠아, 조금만 참아줘.
기용이 먼저 저세상으로 데려다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