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별처럼 하얀 쌀밥같이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이팝나무
그 뒤로 채소 나물 반찬 따뿍
파릇파릇 한상차림 느티나무
해 오르기 전 바지런하게 손놀림 했을
울 엄마
날 살려준, 살게 한
밥 하면 첫 번째로 울 엄마
마지막도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유승이가 오늘 안 올지 몰라요.”
“왜?”
“다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온다고 했거든요.
근데 빨리 올 수도 있어요.”
“무슨 말이야?”
“유승이가 친구가 많이 없거든요. 병원에 갔다 늦게 교실로 들어오면 아이들이 모두 자기를 보는 게 부담된 데요.
저는요 일부러 손을 흔들 것 같은데.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면 아픈척하고 걱정하는 이야기도 즐겨야죠.”
이런 맹랑한 놈을 보았나.
“선생님은 저의 반에 수업 안 들어와요?”
시간표가 1년 단위로 짜졌으니, 반을 바꾸지 않은 이상 불가능하다고 했더니.
“그럼, 제가 전학을 갔다 다시 전학을 오면 되겠네요,”한다.
이놈아, 지금 3학년에 그런 아이들이 두어 명 생기게 되어 초상집이란다.
몰라도 될 것들을 너무 많이 알아서 탈이다.
5월이 다가오자, 포도청은 대목이다.
전화통을 잡고 사정하는 두 선생님.
고개를 푹 숙이고 종이 위에 머리를 탈탈 털어 지난 이야기들을 쏟아내야 하는 아이들.
문서로 옮겨 기안을 올리고, 보고하고.
한발 비켜선 나는 몸으로 도울 일이 없는지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빨리 5월이 가야 할 텐데.
보리 검불같이 까란 놈.
수학은 포기했다며 영어나 국어가 쉽다고 했던 그놈.
100점인 점수란 옆에 제 이름을 사인한다.
수학을 포기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포기했는데 그동안 쌓인 것이 조금 남았다나.
요놈 보통내기가 아니다.
한 수 위이거나 건방지거나.
100점이 사람을 달리 보이게 한다.
단항식과 상수와의 곱, 상수와 일차식의 곱, 다항식의 합과 차를 설명해야 한다.
언제부턴지 그렇게 써오던 것을 고개가 확 끄떡여지도록 이해시켜야 한다.
말이 조금만 길어져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이 아이들에게.
멀고도 먼 선생님의 길.
원리가 무엇인지 몰라도 잘 살았는데.
손에 탁 잡히는 예를 찾아 금을 캐는 광부처럼 캄캄한 책 속으로 굴을 파고 들어간다.
방송 댄스 선생님.
고장 난 앰프 때문에 어쩔 줄 몰라하신다.
방송실까지 뒤지다 보니 무표정한 실무사님이 손수 무용실까지 왕림하셔서 새 앰프를 설치해 주신다.
부탁하기도 주저해지는 분위기, 하지만 결국 다 해결해 주시는.
살짝 이가 보이는 듯하다 번개보다 빠르게 원위치하는 인상.
알고 보면 아주 손쉬운 순진한 사람.
어찌어찌 수업은 진행되었으나, 완전 기가 빨린 댄스 선생님.
다음 주는 철저하게 수업 준비해 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