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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주 Jun 04. 2024

봄은

2024.05.24. 금

     

경쾌한 음악 소리가 크다.

이른 아침 공원 앞, 얼마나 먹었으면 소화가 덜 된 음식이 배로 다 갔을까?

뚱땡이가 몸을 비틀더니 손에서 쌀알이 뿌려진다.

비둘기들이 쏟아져 내려온다.

소란스러운 참새들도 달려든다.

딱따구리처럼 부리로 보도블록을 쫀다.

눈에 불을 켜고 쫀다.

독인지 밥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왜 미워지지? 허겁지겁 더 먹겠다고 발버둥 치는 저 꼴이.

뿌리는 놈보다 뿌리는 놈 기쁘게 해주는 저것들이.     


운동장에 아이들로 가득하다.

체육대회에서 우승한 6반이다.

반 대항 축구와 피구 시합이 있어 연습한단다.

가져오기보다 지키기가 더 세다, 더 죽기 살기다.

새로 온 체육과 담임 선생님이 택시에서 내린다. 

젊은 여선생님의 발걸음이 번개처럼 운동장으로 뛴다.

좋겠다, 저렇게 하나 되는 기회가 어디 흔한가?


나의 극진한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떨떠름하게 들어가는 아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나? 

엄마에게 심하게 혼났나?

효정이가 기다리지 않는 유승이는 외롭다.

식당으로 가는 부식차의 기사님과 공손하게 인사를 주고받는다.

소린, 주원, 정후, 정우.......

나의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준다.

얼굴이 확 펴진다.

마지막으로 달려오는 하마만 한 녀석.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이라는 지킴이 선생님.

부산한 금요일 아침맞이다.    

 


봄은

황금편백잎 끝에 

알을 슬어놓고 갔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빛

키우는 일은 편백의 일

헉헉거리며 살아내는 일

벚나무 아래에는 

새 보금자리 찾아 떠나는

검은 버찌들의 장렬한 행렬

쿵쿵거리며 오는 여름의 발걸음 소리    


  

오늘은 포천의 동남고에서 전화다.

나와 비슷한 연배의 두 분의 선생님도 학교 근방에 하숙하며 근무하고 계신다고.

학생 605명, 교사 68분.

제법 규모가 있는 사립고등학교다.

왜 휴전선 근방에서만 바글바글 끓는지?

여기도 영웅이가 졸업한 학교.

뭔가 임영웅이와 엮이는 기분.

아내는 단호하다, 순전히 내가 고생하는 것이 싫어서일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 물어보았느냐고.

맘이 아주 조금은 있는 것 같은데, 확 치고 나가기는 어중간한 그런 상태다.

몇 날 휴전선 근방에서 보내는 꿈을 꾸겠구먼.

긴긴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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