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가장 허탈한 순간이 있다. 분명 공략집대로 완벽한 스탯을 쌓았고,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며 ‘노가다’ 레벨을 올렸으며 컨트롤을 실수 하나 없이 수행했는데
결과가 처참할 때다.
내 잘못은 없었다.
너무 억울한 마음에 시스템 로그를 뒤지다가 깨닫는다.
이 게임은 노력만으로 정복할 수 있는 확정 보상형 RPG가 아니다.
애초에 ‘확률형’ 시스템이 기본값으로 설치된 곳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는 말을 보상 시스템 대전제로 믿고 살아왔다.
하지만 현실은 내가 100의 노력을 투입했다고
반드시 100의 결과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1의 노력만으로 잭팟을 터뜨리는
‘운 좋은 유저’를 멍하게 바라봐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 ‘운이 모든 걸 결정한다면 내 노력은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고 이 게임 망한 게임이라 생각하여 ‘접을까?’ 하고 극심한 현타의 순간을 겪었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런 운의 시스템에 꺾이지 않기 위해서
‘운’이라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공부를 해 보았다.
인생게임에서 ‘운’은 갑자기 떨어지는 보상이 아니다.
특정행동을 반복하고,
특정 위치에서 오래 머물며
특정한 사람들과 연결될수록
드랍 확률이 올라가는 시스템이다.
그럼 대체 왜 지금껏 나는 ‘운’이라는 시스템에 힘들어했을까?
그동안 나는 남은 실패만 기억했다.
그리고 확률이 낮은 구간에서 포기하고,
‘운 좋은 사람’만 보아왔다.
이 확률 게임에서 가장 큰 실수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운’이라는 시스템에 대하는 진정한 게이머의 자세를 가지기로 전략을 바꾸었다.
내가 새롭게 바꾼 전략은 이러했다.
1. 올인이 아닌 분산투자
→ 먼저 메인 퀘스트나 서브 퀘스트의 균형을 만들기로 한다.
많은 유저들이 ‘고시 합격’, ‘대기업 입사’, ‘사업 대박’ 같은 하나의
거대한 메인 퀘스트에 모든 스태미나(에너지)와 골드(자산)를 쏟아부었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보았었지만 메인 퀘스트를 실패하고 나니 남는 건 ‘빈털터리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제는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되,
반드시 보상이 탁월한 서브 퀘스트(작은 취미, 부업, 공부)를 두었다.
그러니 메인에서 ‘강화 실패’를 하더라도 서브 퀘스트에서 받은 작은 성취감이
나의 멘탈 내구도를 수리해 주었다.
그리고 ‘주사위’의 개수를 늘린다 (확률의 법칙)
한 가지 아이템에 강화 주문서를 다 쓰는 것이 아닌,
여러 개의 장비를 골고루 강화시키기로 했다.
다양한 가능성에 조금씩 발을 걸쳐서 나를 성장시킨다.
어디서 잭팟이 터질지 모르는 확률을 높이기로 했다.
그다음, ‘경험치’라는 귀속 아이템에 투자한다.
게임 서버가 닫혀도, 아이템이 깨져도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자산은 캐릭터의 숙련도이다.
그래서 소모성 아이템(사치품, 체면)보다
영구 스탯을 올려주는 ‘스킬 북(배움, 경험)’에 골드를 투자하기로 한다.
이는 어떤 운에서도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 유일한 종목이다.
2. ‘승리’ 아닌 ‘플레이’ 스탯에 투자하기
아이템을 얻는 결과에만 목적을 두면,
아이템이 나오지 않는 모든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 된다.
하지만 사냥하는 과정 자체의 즐거움이나 캐릭터 성장하는 모습에
집중하면 보상을 얻지 못해도 그 시간은 나에게 남는 유효한 경험치가 된다.
3. 결과는 ‘운영진(하늘)’의 영역임을 인정하기
게임 기획 단계에서 이미 설정된 확률을 유저가 바꿀 수는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로그인하는 성실함’과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 뿐이다.
그래서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나를 자책하거나 세상에 분노하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그저 이번 결과 값이 그랬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한다.
‘운’은 누군가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누적된 선택과 반복 속에서 서서히 열리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이제는 결과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플레이하며
‘운’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며
나에게 오는 ‘보상’이라는 차례를 기다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