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편] 나에 대해 아는 방법 6
넘쳐나는 물건들, 어수선한 집 안
버리자니 아깝고, 또 쓸 것 같아 붙잡고 있던 물건들
지난날의 영광, 과거의 아름다움, 지나간 추억들이 가득 쌓인 곳
저는 이런 집을 벗어나 여행지의 호텔에 머무는 것을 좋아합니다. 호텔이 주는 홀가분하고 편안한 느낌 때문입니다. 제가 애정하는 김영하 작가님도 호텔방이 좋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더군요.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여행의 이유](김영하)
세 번째 에피소드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은 우리의 많은 기억들을 함께 품고 있지요. 사람만 기억을 남기는 것이 아닙니다. 물건에도 깃들어 있습니다. 물건에 깃들린 기억들은 우리가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슬픔도, 기쁨도, 추억도 함께 공유하고 있지요. 그래서 내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이 없는, 나에게 어떤 복잡한 생각도 안겨주지 않는 호텔방에서 편안한 느낌을 받나 봅니다.
저는 언제나 간결하고 깔끔한 미니멀라이프를 꿈꿨어요. 하지만 현실은, 무엇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버리자 결심을 하고도, '아까운데... 아쉬운데... 언젠가 쓸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몇 번을 다시 갖다 놓고 꺼내두고를 반복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에 가져다 줄 짐 가방에서도, 당근에 팔려고 올려둔 물건도, 쓰레기 봉지, 재활용봉투에 넣은 물건도 몇 번이나 다시 되돌려졌지요.
아마 물건들도 이런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 그래서 보내줄 거야? 말 거야?'
'제대로 써주지도 않으면서 구석에 방치만 하고 차라리 날 떠나보내주라. 나도 다른 주인 좀 만나보자.'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물건들이 내뱉는 이런 말들도 머리를 어지럽혔지요.
그러다 문득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현재의 '나'는 없었다는 것을요.
'나는 네 모든 것을 알고 있어.' 하는 건 물건들의 말.
'추억이 담긴 물건을 왜 버려? 떠올려봐, 그때 얼마나 좋았었어?' 하는 건 과거의 나.
'언젠가 필요하지 않을까? 분명히 쓰일 걸~ 봐봐, 멀쩡하잖아.' 하는 건 미래의 나.
어질러진 물건으로 인해 어수선함을 느끼고, 무한반복되는 정리에 피곤함을 느끼고, 깔끔하게 지내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현재의 나는 없었어요.
물건을 두고 고민하는 그 순간에는 물건과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거예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저의 생각을 바꿔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도서관에서 정리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서 기쁜 마음으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끊고 버리고 벗어나는' 행동을 한자로 '단사리'라고 합니다. 단사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물건을 정리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혼돈을 정리하며 인생을 쾌적하게 바꾸는 행동 기술'입니다. 물질적, 정신적 잡동사니가 정리되어 삶을 기분 좋게 만드는 방법이지요. 요컨대, 정리를 통해 그 영향이 물건처럼 '보이는 세계'에서부터 마음이나 생각처럼 '보이지 않는 세계'로 작용하도록 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기 위해 우선 해야 할 행동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단 : 집 안에 들어오는 불필요한 물건을 끊는다.
사: 집에 틀어박혀 있는 쓸모없는 물건을 버린다.
그리고 '단'과 '사'를 반복함으로써 나타나는 상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리: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여유로움이 있는 공간에 존재한다.
단사리는 청소나 정리와는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정리해야 할 물건을 앞에 두고 '이것을 쓸 수 있나, 없나?'라고 묻는 것은 물건이 주역인 사고방식입니다. 단사리는 물건이 아닌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질문하도록 인도합니다. 내가 중심이 되어 '이 물건이 내게 어울리는가?'라고 묻는 것이죠. 즉 물건을 버릴지 말지 결정할 때, 물건 자체의 가치가 아닌 물건과 나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선택하는 기술이 단사리입니다.
주어는 항상 '나 자신', 시간의 축은 항상 '지금'이어야 합니다.
-[다시 버리기로 마음먹었다](야마시타 히데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재 내가 설레는 것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단사리를 실천하며 알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내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끊고,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나를 중심에 두는 것.
항상 지금의 나, 현재의 나에게 어떤지 물어보는 것.
'나'를 발견하는 물음입니다.
나는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닙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지금 느끼는 것을 우선으로 두세요.
어수선한 물건들이 정리되고, 덕지덕지 덧입혀진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에 가려진 현재의 '나'를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오늘의 요약
단사리를 실천해 보세요, 현재의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질문
현재의 나는 무엇을 곁에 남겨두고 싶어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