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를 가기 위한 마을 우르밤바, 예쁘다는 숙소를 볼 틈도 없이 5시에 출발, 30분 정도 차를 타고 '오얀따이땀보'라는 기차역으로 간다. 거기서 '페루레일' 기차를 2시간 정도 타고 마추픽추 입구 마을인 '아구아스깔리엔떼'라는 마을로 가야 한다. 그 마을에서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마추픽추 매표소가 있는 입구까지 올라가는 거다.
마추픽추를 만나러 가는 길이 맘먹으면 쉽게 보는 길이 아님을 예상했지만, 지금 비는 오지요, 구름과 안개가 구분 없이 흘러가는 속에 마추픽추는 과연 그 모습을 그 봉우리를 쉽게 보여줄까, 우리는 그것을 염려하면서 간다.
기차는 황토색의 엄청난 물줄기가 휘몰아치는 우르밤바강을 따라 달린다.
'아구아스칼리엔떼' 마을은 세계인이 모이는 관광지답게 총천연색의 색들로 구성된 페루의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로 복잡하다.
한쪽에는 셔틀버스를 타고자 하는 사람들 줄이 끝이 없다. 언제 탈 수 있을까. 그래도 순서가 오다.
매표소가 있는 마추픽추 입구까지 약 20분 버스로 올라간다는데 그 20분이 또 그냥 20분이 아니었다는 것.
창문을 때려대는 빗줄기 너머로 보이는 저 아랫길이 난해하고 어지럽다.
구불구불 끝없이 올라가는 것은 기본이고, 주변은 당연 천길 낭떠러지고, 풍경은 이 세상이 아니며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것 같다. 아찔하고 놀랍다.
드디어 꿈결같이 옛 도시가 흐릿하게 눈앞에 펼쳐지다.
마추픽추의 전체 전망이 가장 잘 보인다는 ‘망지기의 집’ 아래서 안개와 구름에 둘러싸인 전경을 보다.
안개와 구름과 비와 함께 뿌연 모습으로 그 도시의 형상이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아니 내가 그에게 알현하러 올라왔다.
마추픽추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단다. 우리는 아직 아닌 모양이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고 우비까지 꺼내 입고 있다.
그대로 내려갈 수는 없다. 보든 못 보든 기다리자. 일단 한 시간만 앉아서 기다려보자. 망지기집 바로 아래서 자리를 펴고 기다린다.
졸음이 온다. 직접 내려가서 저 돌 건축들을 봐야 하는데 할 수 없다. 시간이 모자라더라도 기다려보자 하고 앉아있다. 몇 사람이 우리를 따라 자리를 편다.
잠시 기도도 한 것 같다. 온전히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뭐 기복신앙의 수준이지만 간절하게.
한 시간이 지날 즈음 저쪽 산부터 서서히 구름과 안개가 흩어지는 것이 보인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그러면서 설마 했는데 진짜 마추픽추의 산 와이나피추가 있는 곳까지 이어지면서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아, 아주 잠깐이다!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 마추픽추! 와이나피추!
그러는가 했는데 어느새엷은 안개가 그 높은 봉우리를 다시 싸안는다. 순간이다.
봤지? 우리 본 거지?? 봤나???
가슴이 뛰고 벌렁거린다.
2천여 미터 높은 곳에 세워져 오랫동안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는 도시,
어디에서 보나 험준하고 기묘한 산들과 어울려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을 보여준다.
사실 하도 유명하여 '마추픽추'를 가고 싶은 선망은 있었으나, 진정 이러리라 상상할 수 없었다.
마추픽추의 전경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많이 보았음에도, 그 주변의 풍경이나 돌들이 만들어낸 세심한 모습은 어디나 살아있는 그림 같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과 완전 느낌이 다르다. 직접 보는 것이 이렇게 다름을 알다.
밑으로 내려와 가까이서 본 고대의 도시는 역시 돌들의 향연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저 아래 '아구아스칼리엔떼' 마을에서 벽화들을 보았다. 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힘겹게 돌을 나르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들...
여행지에서 만나는 '세계 불가사의'들은 공통점이 있다.
당시엔 권력자들을 위해, 그들에 의해 많은 민중들이 동원되어 강제 노역이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것이 후세에 문화유산이 되어 그 나라의 주요 관광 수입이 된다는 것.
인류에게는 문화유산이 되고, 자국의 국민들에게 혜택이 가면 다행이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그 시절 고통스러운 노역에 위로가 될까?
시간을 많이 지체했다. 우리 일행이 하나도 안 보인다. 걸음을 빨리한다.
비는 그치고 어느새 나타난 햇살이 따사로우니 우리는 잠시 천상의 나라로 소풍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