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둘러싸인 붉은 지붕의 수도원 건물, 너른 앞마당은 꽃밭으로 정원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게 예쁜 곳이었구나...
모두들 감탄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준다. 그냥 하루 머물러도 좋으련....
오늘은 페루의 마지막 여정, 성스러운 계곡이라 불리는 유적지 몇 군데를 돌고 다시 쿠스코로 돌아간다.
1. 오얀따이땀보 마을
어제 기차를 탔던 마을, 계단식 작물지를 거쳐 거대한 돌덩이로 만들어진 제단, 태양의 신전까지 오르다. 돌로 쌓아 만든 경작지가 아름답다. 탁 트인 곳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웅장한 산들과 따스한 햇살과 흰구름 사이로 완전 파아란 하늘이 어울려 이 또한 마추픽추를 연상시키는 아련한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리 날씨가 좋은 날, 오늘 마추픽추를 갔으면 좋았겠다 하니 가이드는 이건 너무 뜨거워서 어제가 더 나았을 것이라 한다. 그런가?
입구에서 한 분이 하프 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다. 아주 맘에 들게 나왔다. 돈을 드려야 했나...
2. 염전마을, 살리네라스
염전 마을을 가는 길은 구불구불 높은 곳으로 오르는데 주변 안데스산맥을 이루는 산들이 첩첩이다.
가는 길은 티베트 같은 고산지대의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스위스 느낌도 나는 목가적인 풍경이다. 한참 올라가다 보면 높은 곳에 초록의, 황토의 평야가 펼쳐져 있다. 풍경을 보며 차를 타고 달리는 것조차 설레는 관광이다.
염전이 보인다. 하얀 소금이 붙어있는 계단식 소금밭을 보자 "와!" 경탄이 터져 나온다.
가파른 길을 걸어내려 가 가까이 간다. 두 사람이 소금을 지고 간다. 이 땡볕에 무겁고 뜨겁고 할 텐데...
염전 사진도 맘에 든다.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누군가에게는 관광지가 되고 있다...... 입에 대본 소금물이 따듯하고 맛도 있다만.
돌아오는 길에 손바닥만한 분홍 소금을 기념으로 사다.
3. 모라이
역시 계단식 밭이다. 숨쉬기도 힘든 곳에 농사를 짓기 위한 넓은 밭이 있다.
15세기나 16세기쯤 잉카제국의 농업연구소였을 것으로 추측한단다. 내 눈엔 원형극장으로 보이는데 생각해 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 높은 곳에 일부러 모여 공연을 했을 것 같지는 않네. 숨쉬기에도 좀 불편한데 말이다. 마추픽추에 비하면 특별하게 장엄하지는 않지만 높은 곳에 그렇게 과학적인 공간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한 것이라고. 아름답다. 주변 풍광을 이루는 색들이 모두 아름답다.
4. 친체로 마을
원주민들이 천연 염색을 시범 보이고 물건을 파는 시장이 있다. 원색의 총천연색이 어떻게 나올까 했는데 모두 다 꽃과 나무와 열매에서 나온 색들이란다. 원주민이 직접 색깔을 만들어내는 시범을 보인다. 진열해 놓은 옷이랑 목도리랑 이것저것 사고 싶도록 예쁜 색들이다. 그런데 가방이 조금도 여유가 없어 살 수가 없다. 그래도 선물용으로 목도리만 몇 개 사다.
다시 쿠스코
3시, 쿠스코로 돌아오다. 몸이 너무 곤하지만 처음 왔을 때, 비 오는 중에 얼른 대충 본 이 옛 도시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대성당과 박물관과 산블라스 광장을 돈다. 대성당에는 많은 성화들이 걸려있다. 성당에 그림들이 걸려있으면 너무 멋진 성당이 된다. 안내 책자에 ‘최후의 만찬’(마르코스 사파티 그림)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사진을 찍지 못하도록 한 사람이 그 앞에서 지키고 있다.
'성당인데 왜 못 찍게 할까?' 하는 생각과 금지하는 성당이 맘에 들지 않은 마음으로 지키는 자가 '잠시' 한눈팔 때, '잠시' 한 컷 찍다.
산블라스 광장에는 노상이 펼쳐져 있다. 광장까지 가는 길목의 상점들도 예쁘다. 사고 싶은 기념품이 많은데 그냥 통과.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곳, 가톨릭 신도가 90%가 넘는 곳, 잉카제국의 흔적에 스페인 양식과 종교문화의 이식으로 혼합된 모습의 쿠스코, 처음 알게 된 도시다. 멋지고 애잔한 도시로 기억할 게다.
페루를 떠나 볼리비아로 간다. 밤이 불편했으나 이제 괜찮아졌다. 볼리비아의 고산증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