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시에 비가 내린다. 분위기 감상에 젖게 좋건만, 오늘 여기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다. 점심을 얼른 대충 후딱 맛있게 먹다.
돌의 나라 페루
쿠스코, 잉카제국의 수도답게 거리와 집들과 건물들이 고고하고 예스럽다. 침략자였던 스페인의 양식이 남아있기도 하다.
메인 공원에서 ‘꼬리칸차 수도원과 성당’을 찾아간다.
스페인인들이 이들의 유적지를 허물고 그 위에 성당을 지었다. 페루 지진 때 성당은 무너졌으나 기초와 기둥은 그대로 남아있다는, 그 기초가 유명한 곳이다.
앞으로 페루에서 주욱 보게 될 그 돌 다루는 솜씨의 서막이다.
성당으로 가는 골목길부터 운치가 있다. 건물의 벽은 돌로 정교하게 쌓았다. 골목 끝에 성당이 나타난다. 무너지지 않았다는 성당의 기초와 함께, 성당의 내부에 진열된 많은 그림들을 감상한다.잉카시대를 떠올리는 성당 내외의 분위기가 부슬거리는 비와 함께 서글프다.탐욕스럽고 추악한 세력에 의해 맥없이 무너진제국의 슬픈 역사가 어찌 생각나지 않겠는가...
버스는 오르막길을 지그재그로 끝없이 올라간다. 어디까지 가는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높은 곳까지 길이 나 있는 것일까. 저 아래는 온통 붉은 지붕을 얹은 쿠스코 시내가 안개와 함께 그림과 같이 펼쳐진다.
도착한 곳은 유적지 ‘삭사이와망’.
하늘 밑에 엄청 넓은 평지가 짠 나타나고 여기저기에 커다란 돌무더기들이 흩어져 있다. 남아있는 터를 보아서는 마추픽추보다 훨씬 큰 잉카의 유적이었을 거란다. 성이었는지 요새였는지 알 수 없다 하나, 기초가 남아있는 돌탑들을 보면 그렇게 정교할 수 없다. 기중기도 없이 그 큰 돌들을 어떻게 짜 맞춘 듯 쌓아 올렸을까. 돌들은 깎은 흔적이 없이 있는 그대로의 커다란 돌이다. 제일 큰 돌이 약 6m.
돌들의 대합창이라 해야 하나. 그냥 입이 벌어진다.
3800m 높이가 될 여기 고지대에서 내려다본 쿠스코 시내 또한 아름답다. 로마의 붉은 지붕의 도시 베네치아보다 더 고고하고 넓어 보인다. 아, 너무 아름다운 고대도시 쿠스코....
라마, 양같이 생긴 작은 동물을 안고 원주민들과 사진을 찍는다. 그들이 들고 온 물건을 사주기도 하는 그런... 조심스럽게 안아본다. 완전 순하고 귀여워라... 몸에서 라마의 냄새가 물씬 난다.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의 원색의 행렬이 비 온 뒤라 그렇게 선명하고 정겨운 것일까.
할머니들은 우리나라 할머니 같다.
몇 개의 유적지를 들르는데 유적지도 유적지지만 가는 길의 풍경이 처음 보는 신비로운 풍경들이다. 그 산, 그 길이 피곤한 눈을 감을 수 없게 만든다. 계속 사진을 찍으며 내려온다.
어두워서야 숙소로 돌아오다. 수도원을 호텔로 개조한 아주 예쁘고 멋진 풍경의 숙소라니 아침이 돼야 볼 수 있겠다. 고산 증세가 약하게 불편하게 조금 불쾌하게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