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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쌤 May 18. 2024

볼리비아 라파즈

쿠스코에서 라파즈로


 쿠스코 공항에서 아침 7시 50분발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즈에 9시 50분 도착하다.

비행기에서 보는 안데스 산맥과 설산이 기가 막히다. 티티카카 호수까지 (지나고 나서야 아, 거기 넓은 호수가 티티카카 호수였구나, 이런...)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풍경이 이렇게 놀라울 수가 없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안데스 산맥

  공항 문을 열고 나오니 바로 앞에  6,000m급의 설산이 떡하나 대기하고 있다. 첫인사 매우 웅장하구나.

볼리비아는 비자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힘든 나라였다. 어떤 풍경을 보여주려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달의 계곡


 햇살이 강렬하다. 숙소에 이른 체크인을 하고, 바로 '달의 계곡'으로 간다. 

터키의 카파도키아의 남미 버전이라 해야 할까, 사막과 같이 메마른 땅에 바다가 융기한 듯, 광활한 대지에 솟아오른 바위 기둥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이 척박한 공간에 살아있는 것은 선인장과 거기에 피어난 빨간 꽃뿐. 이들의 오묘한 조화가 별세계를 이루고 있다. 뜨겁고도 차가운 무한의 공간 달나라에 있는 듯하다. 그래서 달의 계곡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도 라파즈


  3,800m 고도에 도시 '라파즈'가 있다. 

그곳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조금만 빨리 움직여도 숨이 차서, 모두 까불지 말자며 조심한다.


 근처에 한식당이 있는 것을 검색하고 우리 둘은 거기서 저녁을 먹기로, 찾아간다.

 30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가기 위해 먼저 볼리비아로 왔다 지금까지 눌러살고 있다는 주인아주머니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주방에 들어가 30분 정도 요리를 하면 집에 가서 산소호흡기를 해야 한단다. 헉...

 그러나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고 잘 살고 있다고. 우거짓국을 어찌나 꽉꽉 눌러 많이 주셨는지 양이 수북하다. 너무 맛있다. 지금까지 먹어본 우거짓국 중에서 제일 맛있다. 그러나 너무 많이 주셨다. 볼리비아에서 먹는 귀한 것이니 먹고 배불러 죽든지, 살기 위해 남기든지 결정해야 할 판.

 아까워도 남겼다. 배불러 죽는 거보다 낫겠지 싶어.... 살갑게 인사드리고, 숙소까지 5분 거리를 걸어오는데 험한 오르막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치안도 안 좋다는데 뒤에서 강도가 쫓아와도 절대 뛰어 도망갈 수가 없겠다 말하며 천천히 걷는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살고들 있을까. 숨 쉬는 것도 힘든 나라. 잠은 숨 쉬며 잘 자야 할 텐데... 가이드는 힘들면 얘기하란다. 산소호흡기 준비했다고....          

                          

   오늘 온종일 라파즈 자유일정인데 잘 다닐 수 있을까 모르겠다. 겁이 난다. 

여행을 다니면서 몸을 사리고 자신 없어하다니....

 고산지대. 가이드가 있어 어쨌든 불편하고 필요한 것들을 해결해 준다. 패키지와 다름없다. 자유로운 패키지? 아니면 조심스러운 배낭여행?


 택시를 예약하여 '킬리킬리' 전망대로 간다.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인다는 곳. 원래 야경이 멋있다 하여 밤에 갈 계획이었으나 밤에는 위험하니 낮에 가란다. 이런....

 온통 붉은 벽돌의 지붕에, 산 위까지 다닥다닥 집이 있다. 조심해서 올라간 전망대에선 무슨 행사가 있는지 볼리비아인들이 전통춤인지 폴짝폴짝 신나게 뛰고 있다. 이 높은 곳서 겁도 없이 뛰다니, 이런...


 지금 여기 전망대도 높은데 저 앞에 더 높은 산동네가 있다.  아마 4,000m가 넘을 것이다. 어떻게들 살고 있을까. 놀라워라. 저녁에 올라가 보기로 한다.

  평지로 내려올수록 상류층이라 하는데, 저 산동네가 나중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전망 좋은 집으로 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무리요 광장으로 차를 타고 내려오다. 대성당과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대통령궁을 거쳐, 국립예술 박물관에 들어가다.

 식민지시대의 종교화들, 그리고 볼리비아 화가인 듯한 두 사람의 특별전시, 'Silvia 어쩌구''어쩌구 Rosa' 이 두 사람인데 그림이 마음에 든다. 실비아의 그림은 아주 따뜻하고 평화롭다. 가족들, 할머니, 신부들...  둥글둥글한 볼리비아인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그냥 편하다.  로사의 작품은 원주민의 날카로운 눈매를 그린 그림이 인상적이다. 반항하고 저항하는 듯한 찢어진 날카로운 눈빛, 그의 수채화는 또 깔끔하고 자연스럽다.


 산프란시스코 대성당으로 걸어오다. 그 앞 광장은 매우 붐빈다. 성당 안은 일요 미사 중인데 밴드 연주자들과 가수가 가스펠 느낌의 성가를 부른다. 대중적인 분위기의 곡이다. 사람들은 인형을 들고 성찬식에 참여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성당 정면은 금박의 장식으로 매우 화려하다. 예수님은 가운데 십자가에 힘없이 매달려 계시는데 어떤 마음으로 이 의식을 바라보실까? 화려하고 거대한 성당과 엄숙을 내세운 의식의 복잡함들이 예수님과 어울리나? 유럽의 성당이나, 이쪽 남미의 거대한 대성당들을 다니면서 느끼는 부자연스러움이다.

 특히 원주민을 포함한 전 국민의 90%가 넘는다는 신자들의 수를 들으면서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종교를 앞세워 침략을 해온 침략자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포교를 했는지 아는데, 지금 90%가 넘는 이 신도들의 의미는 뭘까? 


 여행자 거리를 걷다. 볼리비아의 대표 만두 '살테나'를 사 먹고 숙소로 돌아오다. 이런저런 것 조심하면서 다니는 것이 불편하고 곤하다. 자유로움보다는 부담을 주는 이 분위기가 편치 않다. 

 그러나 이 또한 다양한 여행 중의 하나임을 안다. 마음 잘 다듬어보자. 


 저녁을 먹고 나선다.

 케이블카를 타고 낮에 본 산동네를 올라가기로.

아래와 산 를 잇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케이블카를 만들었단다. 케이블카가 대중교통수단이라니 놀랍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그 방법이 제일 합리적인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다.

 여행객에게는 의미 있는 관광 교통수단이다.


 산꼭대기는 4천95미터...

정류장에 내려 도착한 산꼭대기는 하늘 아래 첫 동네이자 마지막 작은 (뾰족한) 동네일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에나, 거기는 또 하나의 일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저 아래 못지않은 넓은 평지에 시장이 있고 동네가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주 복잡한 도시였다는 것

 산동네에서 바라본 저 아랫동네 야경이 끝내준다만 아, 뭔가 삶의 진지함과 고단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어디나 우리네 사는 모습이 다르지 않음을, 삶은 진지해야 하고, 삶은 고단할 수밖에 없고, 나와 이들이 하나임이 전해져 오는 저 불빛들...  천천히 천천히 돌아본다. 

산동네 사람들은 이 정도쯤이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평온하고도 시끌시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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