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쌤 May 21. 2024

우유니는 얼마나 좋은가?

볼리비아

 라파즈에서 아침 7시 30 비행기, 50분 날아가서 우유니 도착.

하 아름답다 하니 완전 기대다. 볼리비아는 우유니만 생각하고 왔다. 

그러나 몸 상태가 이상하다. 

이른 아침부터 설사를 시작, 하루종일 줄설사를 한다. 고산증 증세란다.

사막으로 가기 전 들른 기차 무덤, 소금을 채취하는 꼴차니 마을에서 바뇨(화장실) 찾아 삼만리...

원주민의 사나운 표정과 아, 너무도 불편하고 찜찜찜찜한 바뇨. 

하필이면 기다리던 소풍날 배 아파 고생하는 불쌍한 아이가 된 것 같다. 


 사막 투어를 한다. 육각형의 소금결정으로 끝없이 채워진 사막 호수를 보다. 

그런데 점심 때 또 바뇨 생각. 여기 아름답긴 한 것 같은데, 느낄 마음 없다. 

점심은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야외 식탁을 차린단다. 걱정하는 일행과 그에게는 괜찮다고 먼저 가라 하고 난 몇 번이나 바뇨를 들락거리고 혼자 비칠 비칠 걸어가는데 맥이 빠진다. 일행들이 저기 보이는데 거리가 보이는 것과 달리 너무 멀다. 몇 킬로는 떨어진 것 같다. 햇살 작렬하지, 또 바뇨 생각나지, 거리는 너무 멀지... 비실비실 화가 난다. 얼음 사막 위의 요리를 곁들인 야외식탁이라 사람들은 이런 낭만이 없다며 감동하는데 난 아무 생각이 없다. 야채로만 조금 먹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식사 후 랜드크루즈를 떠난다. 지프차를 타고 달리는데 망망한 바다 위를 달리는 것 같다. 

비가 온 뒤 물기가 젖어있는 소금 사막을 향해 멀리멀리 달린다. 우유니 사막의 절정인 듯하다. 

물기는 거울처럼 반사되어 물체의 위아래가 똑같은 형태로 비친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고, 어디가 실제이고 어디가 그림자인지, 심지어 무엇이 진실인지 구별할 수 없는 장면.

김민기의 노래가 그랬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뭍이요?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강원도 크기만큼의 소금 사막이란다. 

사진을 찍으면 원근의 개념도 없이 가까이 있는 물체와 멀리 있는 물체가 재미있게 표현되기도 한다. 갖가지의 장면을 연출하며 사진을 찍고 놀다. 


 예를 들어 이런 작은 인형 둘을 놓고 찍는다.


 그러면 이런 사진으로 나온다.


 사진을 보면 정말 신기하고 멋지다. 마치 사진을 찍으러 온 것처럼 우리들은 끊임없이 찍는다. 

몸이 조금 불편해도 하늘과 맞닿은 풍경이 너무 아름다우니까 몸도 잠시 잊나 보다. 아, 좋아라. 

어둠이 내리는 사막 위에서 식탁을 펼쳐 놓고 와인을 한 잔씩 한다. 낭만 지대로다. 이래서 우유니구나...

 

 노을을 보기로 했는데, 구름이 짙어 제대로 된 노을을 못 본다. 밤에 하늘과 땅에 만개한 별을 보기로 했으나 역시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 통에 그 별투어도 생략했다. 너무 아쉽다. 많이 기대했는데, 엄청 아름답다는데, 이 장면은 보기 쉬운 것이 아니라 하니, '우리의 운은 여기까지인가보다' 깔끔히 정리하고 돌아온다. 


  일행 중 몇몇 이들은 마추픽추는 생각보다 덜 감동이었는데 여기 우유니에서 보상받았다고 기뻐한다. 

기대했던 우유니가 '뭐 꽤 아름다운 정도'라고 느낀 나의 사정은 이 글의 제목을 '우유니는 설사와 함께'로 붙이고 싶었으나, 혹시나 읽는 어떤 이에게 편견을 심어줄까 염려하여......

 똑같은 것을 경험하더라도 각자의 상황이나 사연에 따라 경험치가 다름은 당연지사,

 하여 '너는 왜 그래?'라든가, '누구에게나 그렇지 않아?'라는 절대적 판단은 삼갈 것을 다시 명심한다. 

  아쉽기는 하다. 

 나의 상황을 넘나드는 정확한 인정도 필요하고, 벌레와 바뇨만 해결된다면 난 어디든 어떤 상황이든 즐길 수 있는 여행자인데,

 물론 이런 것조차 걸림돌이 안 되는 사람이 진정한 여행자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서두.... 


 소금 호텔로 돌아오다. 말로만 듣던, 장식이나 실제 가구 등 모든 것이 다 소금으로 만들어져 있는 곳. 

소금으로 만들어진 침대엔 전기장판이 깔려있다. 소금과 전기장판이라니...

저녁엔 매우 추울 거라 예상했는데 따뜻하게 잘 수 있어 다행이다. 


이전 06화 볼리비아 라파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