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사람 식탁 위의 민낯 - 밥 한 끼의 무게 6편

6편 어느 식당의 조용한 권고, 필요한 사회

by 핑크로사

6편


[어느 식당의 조용한 권고, 필요한 사회]


“OOO은 누구나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주인의 뜻에 따라 탄생하였습니다. 부디 이 공간을 이용하시는 고객께서는 이 점을 이해하시어, 옆 사람에게 말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조용히 말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어느 식당 테이블마다 쓰여 있던 문구이다.


조용히 밥 먹는 것조차 허락받아야 하는 시대에 대하여...

손님에게 정중하면서도 뻔뻔하게, 조용히 식사해 달라고 권유하는 식당이 있다.


조용히 밥 먹을 권리를 되찾아줘서 고맙다.


왠지 주인장의 마인드가 나와 닮은 듯해 정이 간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지켜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조금 씁쓸하다.


그래서인지 이곳엔 혼밥족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분위기를 모르고 온 커플들이, 여느 식당처럼 웃고 떠든다.

민폐인 줄도 모르고


그럴 때 나는 종업원을 대신해 눈총을 쏘아 보낸다.


하지만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계속 떠든다.


그러다 결국 종업원이 조심스레 다가와 조용히 부탁을 한다.


그제야 그들은 소리를 조금 낮추고


뒤늦게야 내 눈총의 의미를 알아차린 듯 애써 시선을 피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솔직히

“저럴 거면 나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때가 있다.


손님이 왕이라지만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식당의 률이 먼저지


이곳은 혼자 조용히 밥을 먹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그래서 이런 곳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요즘은 점심시간마저도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시대다.


물론 다들 입장과 상황이 다르다.


점심시간에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한때는 말이 많았다.

말이라면, 둘째 가면 서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말하는 게 버겁다.

너무 많은 말속에 살았던 탓일까.


이제는 오히려 조용함이 좋다. 조용한 곳만 찾아다니게 된다.


이 식당은 나에게 조용한 평화를 준다.


누가 말을 걸지 않는 오직 나를 위한 시간


언젠가 내가 카페나 식당을 차리게 된다면,

꼭 이런 곳을 벤치마킹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침묵 속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공간.


그게 내가 꿈꾸는 밥시간이 아닐까 한다.

이전 05화밥과 사람 식탁 위의 민낯 - 밥 한 끼의 무게 5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