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김치찌개가 어때서
7편
[김치찌개가 어때서]
그녀는 꽤 예뻤다.
갸름한 얼굴, 또렷한 이목구비, 군살 하나 없는 몸매
심지어 가식적으로 입을 크게 벌려 웃을 때조차 예뻐 보일 만큼 외모가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한때 헬스트레이너로도 일했을 만큼 운동에 푹 빠져 있었고 지금도 마라톤으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사업을 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던 시절도 있었지만 운동으로 이겨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정신도 건강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무엇이든 몰입하고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은 그녀의 성격을 드러내는 특징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먼저 다가왔고 다른 사람보다 더 친밀하게 지내고 싶다는 태도를 보여줬다.
덕분에 나도 어렵지 않게 마음을 열 수 있었다.
그녀가 처음 우리 팀에 합류한 날, 점심을 함께 먹게 되었다.
별다른 메뉴 요청이 없어 직원들과 함께 근처 ‘줄 서는 맛집’ 김치찌개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음식을 거의 먹지 않았지만 원래 입이 짧다 했고 음식에 큰 관심이 없다고 하니 억지로 권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각자 적당히 잘 먹었고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그 식당은 한 직원이 늘 오고 싶었지만 줄이 길어 번번이 돌아서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직장인 점심이야, 뭐. 김치찌개면 충분하지!" 다들 그런 마음이었다.
얼마 후, 그녀가 먼저 저녁을 먹자고 했다.
사실 직장에서 만난 인연으로 내 소중한 저녁 시간을 내주는 건 망설여졌지만 한 번쯤은 괜찮겠지 싶어 응했다.
그녀는 정성껏 맛집을 골라 안내했고 나도 고마운 마음으로 식사에 임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녀는 식탁 앞에서 음식에는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채 내내 말을 이어갔다.
1시간, 2시간 동안 말의 홍수가 쏟아졌다.
나를 만나서 좋았다는 이야기, 놀랐던 점, 그리고… 그날의 점심 메뉴였던 김치찌개까지
첫 출근 날 김치찌개를 먹자고 해서 정말 놀랐다는 것이다.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이상한 건가?'
곱씹을수록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어 친구에게 물었다.
"이래저래 해서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이상한 일이야?"
친구는 말했다.
“직장인 점심시간에 김치찌개면 족하지. 뭐, 스테이크라도 썰어야 했나 보지? 거참 이상한 사람이네.”
그 말에 위로가 되었다.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
겉은 그토록 아름다운데, 속은 텅 비어 있는 사람 그 텅 빈 속을 감추려고 외모만 가꾸는 사람
그날 이후, 그녀의 ‘진짜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스스로의 능력을 깨달은 듯, 조용히 회사를 떠났다.
역시 사람에게는 각자의 ‘결’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맞는 자리가 있다는 걸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