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혹은 편의점에 갈 때마다, 좋아하는 커피가 세일을 할 때마다, 1+1을 붙이고 있을 때마다 업어다 놓은 녀석들이다. 물론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라 아무거나 집어 들진 않는다. 원하던 제품이다. 계획만 없었다 뿐. 1+1중 앞선 1번 커피에 두유를 붓는다. (이제 +1이 남겠다) 얼음까지 한 알. 커다란 얼음 한 알을 넣어 온더락(?)으로 마셔본다. 꿀꺽꿀꺽. 맛은 있네, 두유라테. 유행을 따를 생각은 없지만 강릉커피와 두유. 좋아하는 것들을 섞은, 내 마음에서 조합된 한 동아리다. 한 통속에 모인 한통속.
두유+라테. 그 이름에 끌려 단맛이 가미되지 않은 두유를더블샷과 함께 휘젓은 후 (두유라테가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하며) 들이키는 중이다.
내가 샀지만 성분만 보고 들였다. 가급적 안 먹으면 좋을 것들이 적게 들어있는 걸로 고른 두유는 맛마저 적게 들어있어 맛이 없는 맛이다. 아무 맛도 없어 먹기를 꺼리는 애물단지 두유의 처리방법이 생긴 것만 같아 기쁘다. 호로록 꿀꺽 딸랑딸랑 꾸울꺽. 더블샷의 진함에 깔끔한 무맛 두유가 섞인 차가운 것을 마시며 생각한다. 나는 언제까지 온더락으로 이 두유라테를 먹을 수 있을까? 강릉라테와 연세두유는 1년의 유효기간을 제공할까?
처서도 지난 때, 편의점 냉장칸을 어슬렁 거리다 사러 간 것과 관계도 없는 커피를 사 오고 말았다. (체험학습인데 도시락용 김을 안 사놓고 준비를 마쳐버린 전날의 잘못으로 새벽부터 비싼 김밥김을 쇼핑했다) 이제 밤공기는 자는 동안 감기니 기침을 부르기 무척이나 적당할만치 차가워져 끔찍했던 여름을 성급하게, 벌써 기억에서 지우는 중이다. 성급한 김에 나까지 까불어 발자하게, 곧 손을 호호 불며 라테를 마셔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곧 더위는 완전히 가실 테고 가을은 더위를 떠올릴 필요가 없을 만큼 좋은 시절이 될 테다. 알콩달콩 여행에 대한 기억으로, 단풍구경 간 산의 추억으로, 느긋하게 바라보는 골목의 차분함으로 채워질 테다. 그렇게 좋을 가을이 다가오는데 나는 굳이 여름을 놓치기 싫은 낚시꾼이 되어있다. 내가 낚은 것도 아닌 여름이 바늘을 뱉어놓고 사라지겠다는 마당에 미련을 부리고 있는 거다. 주변이 얼마나 변했는지, 나 자신과 함께 흐른 시간의 이동마저 눈치채지 못한 채.
이젠 변했다. 나도 변하거나 변한 척이라도 해야 할 때 혹은 정신 차려야 할거다. 더없이 바란 가을이 왔으니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지치게만 하던 뜨거움, 끊임없이 몸이 일하게 하던, 구멍구멍마다 솟아나던 땀들의 향연. 그런 여름 속에서 나는 한 일도 없이 지쳤고 누워있기만 했다. 내 의식과는 다르게 몸은 생리적 반응으로 대단히 바빴겠지만.
차가운 온도가 만들(어주길 바라는) 집중력의 때가 든든하게 뒷배를 채우려 다가오고 있다. 바깥은 화려한 색을 토끼 간 내어놓듯 빼놓을 테고, 사람들마저 요란한 움직임을 속으로만 모을 테다. 가끔은 여름을 그리워하기까지 하면서. 활발히 움직일 곳은 크고도 작은 내 머릿속. 그 속에 있던 상념이 넘쳐 땀처럼 배출되기를 기도한다.
시원함이 다 해주리라 믿었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머리는 한가했지만 몸은 바빴던 여름은 겨우 뒷자락이 스친 느낌으로만 남았다. 그렇게 강렬했던 것인데도 말이다.
냉장보관된 커피를 데우고 두유를 넣어 뜨겁지만 높은 온도에 최적화 된 맛이 아닌 커피는 안 마실거다. 차가움 속에서도 뜨거운 태양은 선명히 존재하듯 추운 날씨에도 냉장보관 커피는 온더락으로 마셔야지, 암.(소비가한이 짧다TT)
언제든 시간은 흐르고 예정되었던 순간은 다가온다. 이변없이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으면서도 굳이 다가올 것들을 챙기지 않은 나는 오늘도 차가운 언더락으로 두유라떼를 마신다. 준비없이 가을을 맞은 나에게 항상 깨어있기를 바라는 커피가 주는 친절로 말이다. 아~ 시원하다!(아~땀이 난다, 난다. 태양이 뜨겁다!!!-주문을 외우려니 방이라도 벅벅 닦아야겠다) 아니 이 가을이 말이다,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