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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레풀la sante May 03. 2024

짝사랑

사람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어떤 관계를 생각해도 일방적인 관계는 원활하지가 않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싶다.


내가  아는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을 위해 헌신을 하며 시간도 사용하고, 재정, 소유물까지 동원한다. 그럼 그것을 받는 사람들은 누군진 몰라도 이렇게나 좋은 것을 받게 된다. 당연한 것이 아님에도 당연하게 받게 되는 인간의 무지이다. 그 헌신자를 마주치지도 않고 모르기도 하니 사람들은 그냥 누리기도 한다. 때론 헌신자를 알아도 고마운 마음을 얘기하는 것이 가뭄에 콩이 나는 듯하다. 이런 거저 받는 은혜는 정말 어디에서나 주고받기가 힘든데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그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죄책감도 들기 마련이다. 누구나 집에서 하는 것들인데 대신 짐을 다 맡기고 관심도 주지 않고,  오히려 하지 말라고나 하는 이 이기적인 것 말이다. 공평하게  다 해나가지 않음에 마음이 어렵긴 하다.


내가 청년부 회장 일 때 청년들이 식사 청소 당번을 공평하게 다 봉사하자는 규칙을 만들어 놓고선 나는 지금 그것을 감당하고 있지 않는 것도 미안한 마음이다.


환경 미화원, 청소부, 군인 등등 이 세상은 짝사랑으로 이뤄진 구석이 참 많음을 보게 된다.


인정받으려고, 인정받는 소리를 들으려고 궂은일인 청소와 나라를 지키러 헌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로서 돈을 받고 대가를 치른다 해도 앞에서 보이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용한 헌신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저 사람은 저기서는 열심인데 이거는 잘 못 하구나, 이건 안 하는구나' 이해하기도 하며 지내다가도 한편으로는 누구나 집에서 하고 있는 것들을 밖에서까지 굳이 하지 않는 모습에 '주인 의식이 없는 거 아닌가' 하기도 한다.


대학생 때 여럿이 함께 살 때도 다들 '누군가 치우겠지 하겠지' 하며 나 몰라라 하는 심보들에 리더들은 마음이 어려움을 보았었다. 그런 궂은일을 하지 않는 이기적인 인간들이다.


정말 충성된 사람은 이것도 저것도 계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순종의 사람임을 알면서도 '이건 내가 굳이 할 일이 아니다'라거나 아예 선을 긋는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식당,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오기란 힘들다. 사람들은 무의식에서 일에 귀천을 따지듯이 행동한다. 


관계는 참 짝사랑이다 정말. 하나님도 나를 사랑하지만 다른 곳에 눈을 돌리기도 하는 인간의 모습에 이 짝사랑이 얼마나 힘든건지 알고 있다보니 나와 계속 함께 계신다는 것이 은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짝사랑은 누구나 다 해봤을 것이다.


이렇게 받은 것을 사람들과 세상에 되돌리고, 받는 사람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는 것도 은혜고, 줄 때도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실망하지 않는 것도 은혜를 아는 게 참 중요하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서로 멀어지고 떨어지게 된다.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사랑할 대상이지 믿을 대상도 아니고, 하나님은 사랑하고 믿을 대상이시다.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라 해도 영원하진 않으니 관계에서는 사랑을 줄 것만 생각해 본다.


준 것을 다시 받지 않아도 되는 짝사랑을 하며 사는 세상.

내가 다른 곳을 봐도 짝사랑하시는 그분께 다시 돌아가는 삶을 사는 나와 내 주변인들이 더욱더 성화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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