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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l 08. 2024

배아 동결은 좋은데 비용은 너무해

비급여가 왜 이리 많은지

익숙한 번호에 생각보다 빠른 연락이라 나는 살짝 긴장감이 들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동결배아 개수 알려드리려고 연락드렸어요."


전화한 걸 보면 하나는 나왔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다. 괜찮다고 여기면서도 걱정은 들었는지 하던 행동을 멈추고 소파에 앉아 나는 핸드폰을 꽉 붙들었다. 사람이 생각이 많다 보면 들리는 말도 스치기 마련이기에 제대로 못 들을까 봐 신중히 귀를 기울였다.


"2묶음 3 바탕으로 해동 시 배아에 영향이 있어 혹시 몰라 2개씩 묶었어요."

"그럼 2개씩 3개 묶음으로 총 6개라는 말씀이신 거죠?"

"네, 맞아요."


생각보다 많은 개수에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동결배아를 보통 묶음과 바탕으로 표현을 하는데 나는 수정된 12개 중 6개의 동결배아가 나온 것이다. 쉽게 말해 나에게는 앞으로 난자채취 없이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었다. 


내생에 마지막 임신 시도는 시험관이었고, 난자채취를 하고 나선 임신 시도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더는 무모한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난자채취 과정은 다 빼고 이식을 받을 준비만 하면 되니 세 번의 시도는 어쩌면 용기를 보태주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었다. 기회가 더 있으니 한 번으로 포기하지 말라는 듯이.


"혹시 비용은 얼마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50만원 정도 나올 거고 수납은 방문하셔도 되고 계좌이체 해주셔도 돼요."


그리고 이어진 비용 설명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난임센터를 다니면서 검사 비용부터 인공수정, 시험관까지 사실 비용의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난임부부 지원을 받아도 나오는 금액은 터무니없었다. 그나마 인공수정은 나름 괜찮다고 여겼는데 시험관은 돈이 많이 나가는 편이었다.


우선 시험관을 위해 필요하다는 영양제, 가격이 나가도 안 먹을 수 없었다. 다들 먹는다는데, 몸에 도움을 준다는데 안 먹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주사 자체도 비싼 게 많아서 차감이 되어도 비용은 제법 되었고 약국은 별개로 처방된 약도 보험 적용된 것과 아닌 것이 확연히 달랐다.


거기에 난자채취를 할 때 배아를 위한 보조 시술 등 조건에 부합하지 않으면 비급여로 계산되는 것도 있었다. 동결배아도 묶음이 많을수록 비용이 올라가는데 평균적인 최대가 80만원이라고 했지만 개수가 많으면 그 이상이니 동결하나만으로도 100만원을 내야 한다니. 결제는 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이식할 때까지 드는 비용과 이식 후 임신 성공을 해도 난임센터를 다니면서 드는 비용이 있으니 끊임없이 돈이 들어가는 셈이었다. 내 기준으로 이식 전까지 사비가 150만 원 정도 들었으니 이식을 한다고 하면, 시험관 1회 비용이 주는 타격이 작다고 할 수 없었다.


"여보, 총 6개 동결되었고 수납은 계좌이체로 했어."

"잘했어. 그럼 세 번 기회가 있는 거네?"

"응, 다행이지."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을 테니. 저녁을 먹으면서 우린 시험관 비용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해주는 지원이 너무 작은 것 같다고.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외벌이든 맞벌이든 임신을 위해 1회당 사비 200만원 전후를 쓴다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몸고생, 마음고생, 시간 쓰고, 돈 쓰고. 확률 높은 동결배아를 선별하는 검사부터 착상 실패 시 하는 검사까지 내가 겪어보지 않은 것들은 포함하지 않은 비용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도 돈이 많이 드는데 아이를 갖기 위해서도 돈이 드니 여러모로 생각해 보면 저출산이 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그래도 원하면 돈이 들더라도 하게 되더라."

"그치, 시험관을 하는 이유가 뭐겠어."

"여보 이식은 언제 받는 거야?"

"생리 이틀째에 가면 되는데, 이식은 그때 상태 봐야 알 수 있대."


어찌 되었든 이식을 받을 수 있는 동결배아가 생겼기에 남편과 나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생리 전 증후군에 시달리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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