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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득 Jul 12. 2024

생리전 증후군까지 뒤통수를 치다니

끝도 없이 통증이 몰려오는구나

생리전 증후군(PMS)에 해당하는 증상들을 나는 몇 년 전부터 겪어왔었다.


"언제 어떻게 아플지 모르니까 답답하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주 증상으로는 불면과 소화장애, 식은땀, 근육통, 가슴통증, 피로와 붓기, 뾰루지로 매달 겪는 증상들이었다. 특히 불면이 심해지고 식은땀과 근육통, 피로는 며칠 동안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있던 증상은 아니지만 갈수록 추가가 되어 어느새 곧 생리를 한다는 예고처럼 내 몸에 자리를 잡았다.


느끼는 증상이 많은 만큼 예민해진 몸은 작은 통증이라도 크게 받아들이는 작용을 하고 있었다. 강도의 중간은 없었다. 전보다 덜하거나 전보다 심하거나. 둘 중 하나로 매달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데 이걸 느끼면서 나는 새삼 깨닫곤 했다. 아, 사람의 몸은 참 재주도 많고 인체는 정말 신비로운 거구나. 어쩜 이렇게 칼 같지 찾아오지?


"밤새 식은땀 흘렸는데 새벽에 깨서 잠도 못 잤어."


생리전 증후군을 겪으면서 남편에게 불면과 식은땀은 항상 말했던 것 같았다.  춥고 덥고의 반복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찝찝한 느낌, 거기에 잠이든 지 세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잠에서 깨면 하루의 체력은 다 소모했다고 보면 된다. 기운도 없고 피로감은 몰려오니 에너지가 방전되었다고 해야 하나.


거기에 배란전 증후군도 열렬하게 빠짐없이 겪는 중이라 한 달이 어떻게 보면, 보이지 않는 증상들로 난무하는 시간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기간의 정함도 없었다. 그냥 배란 전에 어느 날, 생리 전에 어느 날. 짧으면 삼일 정도, 긴 기간이라고 하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로 나타난 증상들을 느끼며 지내곤 했다.


이와 같은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생리통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리통마저 진통제를 달고 살아야 하는 나는 그들을 축복받은 몸이라고 칭했다. 매달 고통에 허덕일 때는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한없이 부러웠다. 누군 약을 먹고도 몇 시간을 끙끙 앓는데 누군 평소와 똑같다니.


"난자채취 하고 첫 생리할 때 생리통이 엄청 심하다는데."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스트레스와 신경 쓸 것이 많은 시험관은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난자채취 잘하고 동결까지 했으나 이젠 생리통까지 몸을 괴롭히다니. 가뜩이나 심한 편인데 진통제를 먹어도 아프다거나 처음 겪는 고통이라고 하는 후기를 보면 다가올 그날이 두려웠다. 난 얼마나 아플까.


그간 나의 몸이 배배 꼬이는 통증을 봐왔으니 남편마저도 걱정이 들었는지 진통제를 미리 구비해 두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게 있었다. 전혀 생각에 담아두지도 않았던 생리전 증후군. 그저 생리통에만 쏠려있던 관심이라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원래 있는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전조증상을 무심코 넘겼다.


차오른 복수는 생리가 터져야 완전히 빠진다고 했다. 나는 일주일 즈음 돼서야 살맛이 나면서 열흘이 되니 배가 들어갔는데 그전에 소화가 안 되는 불편함, 왼쪽 편도가 콕콕거리고 약간의 두통이 조금씩 느껴졌다. 대수롭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날 밤부터 시작되었다.


"속이 좀 별론데."

"왜, 안 좋아?"

"약간 울렁거려."


저녁을 먹는 중간에 훅 오는 울렁거림에 나는 식사를 멈추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아랫배는 계속 불편했지만 그동안 제대로 못 움직였기에 가벼운 산책을 하러 나섰다. 여기서부터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단지를 도는데 속은 점점 울렁거리고 다리가 찌릿하며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따듯한 물로 씻으라는 남편의 말에 욕실에 들어갔는데 얼굴부터 발끝까지 오한이 들면서 몸에 닭살이 돋았다. 동시에 지끈거리는 두통과 엉덩이부터 발가락까지 다리가 떨리고 시큰거리는데 처음 느끼는 통증이었다. 겨우 씻고 나왔지만 속은 여전히 울렁거렸고 다리 전체가 시리고 아파서 서있기조차 힘에 부쳤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 앉아서 로션을 바르고 사그라들지 않은 오한으로 인해 온몸이 떨렸다.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무릎이 종종 시린 증상이 있는데 그럴 땐 파스를 붙이거나 다리를 높게 올렸다. 말한 대로 쿠션과 의자로 준비를 해준 남편은 내 상태를 살폈다. 몸을 풀어주는 게 나을까 싶어 담요를 덮고 안마도 받았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약 먹을래?"

"응, 먹어야겠다."


일어서는 것도 힘이 들었다. 바로 올라올 것처럼 속이 간당간당했기에.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진통제를 먹고 기운이 쭉 빠진 나는 일찍 침대에 누웠다. 어쩌려고 전조증상을 놓쳤는지. 생리전 증후군으로 뒤통수를 있는 힘껏 맞은 것 같았다. 이렇게 호되게 당할 줄이야.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아찔한 시간이었다.


이튿날 밤까지 식은땀을 겪고 나서야 증상은 호전되었다. 난자채취를 하고 이식하는 날부터 날짜 계산을 하면 생리는 보통 열흘 정도 뒤에 시작하는데 평균적으로 일주일이면 한다고 했다. 어김없이 평균적인 날짜에 맞춰 생리가 터진 나는 평소보다 짧지만 많이 굵직했던 극심한 통증을 여러 번 겪어야 했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 삼일째 되는 날, 아침 일찍 난임센터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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