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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어서 뇌 속으로 Jul 02. 2023

너 너무 변했어

사랑애 관한 작은 생체적 고찰 - 권태기

저는 저녁형 인간입니다. 남편은 아침형 인간이죠. 우리 둘이 활기찬 시간은 서로 반대입니다. 아침에 나는 일어날 기운도 없고 저녁에 남편은 얘기할 기운도 없죠. 서로 성향도 다릅니다. 조용조용한 고양이 같은 남편은 혼자서 조용히 웹툰, 드라마, 게임 등을 보는 걸 즐깁니다. 활발한 강아지 같은 저는 같이 얘기를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걸 좋아하죠. 그 외에도 엠비티아이가  내향인( I)인 걸 제외하곤 정반대라던가 서로 생각하는 음식의 간이 ‘적당하다’의 기준이 다르다던가 운전할 때 적절한 스피드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다던가 등 다른 점을 찾자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처음 만날 때는 분명 이렇지 않았거든요? 처음엔 분명 모든 게 운명처럼 잘 맞고 세상에 나와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 있다니?! 몇 시간씩 얘기를 해도 지치지 않았어요. 아,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우린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걸까요?


사실 이건 신경과학과 심리학적으로 당연한 현상입니다. 우리는 처음 만날 때 서로 공통점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들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상대방이 나와 동의할수록, 내 생각의 정당성을 얻게 됩니다. 그래서 나와 공통된 것이 많은 상대일수록 호감을 느끼게 되죠.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상대방과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우리의 뇌는 상대방과 나를 동일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하지 않을 때, 화가 나고 답답해집니다. 마치 내 분신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래서 상대방과 나의 차이점을 알 때, 이상하게 씁쓸합니다.  아, 너는 너구나. 그리고 우리는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실수나 상처는 나의 뇌에게도 좋지않기에 좋은 기억으로 덮으려고 장및빛처럼 아름답고 찬란했다고 기억할 수도 있죠. 이걸 심리학에서는 Rosy retrospection, 즉 장및빛 회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전여자 친구/전 남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자니?


이걸 이해하면 나름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나름 도움이 됩니다. 물론 마음으로 나는 대체 저 녀석은 왜 저럴까 싶지만 머리로는 저 녀석은 나와 다른 부류다, 원래 저렇다 이해하게 됩니다. 사랑이 많은 걸 바꾼다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성격이나 습관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저 그 사람은 그 사람인 것입니다. 알잘딱깔센은 애초에 불가능한 과제인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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