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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는 걷고 나면 자국을 남긴다

용서

by 글 써 보는 의사 Mar 05. 2025

돌아보고  

제 길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다른 달팽이가 제 길을 걷도록 안내하기 위해

누구나 자기 길에서 벗어나면 죄를 짓게 되므로


모든 생명은 제 길을 걷지 않을 때 죄를 짓게 된다


누군가를 배신하는 이유는

그가 자신이 가야할 길을 가지 않았기 때문이니


아무도 철로를 탈선한 기차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가슴 아프고 안타까울 뿐


용서는 진실로 

다른 이가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가기를 바라는 소망

잘못된 걸음을 탓하지 않고 그가 다시 

제 길을 걷도록 진심으로 하는 축복

비로소 그가 자기 길을 걸었을 때 또한 함께하는 기쁨


달팽이는 그렇게 용서하며 제 길을 남긴다

경로를 벗어난 달팽이들이 다시 자기 길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2월2일에 썼던 '급하게 나에게 쓰는 편지' 를 통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난데없이 '당신의 하루를 부수고 싶었다' 라는 문장이 떠올랐었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여러 이미지를 간단히 메모해 놨었고 이것을 시로 쓰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다 그날 같은 서점에서 달라이 라마의 용서라는 책에 눈이 꽂혔었고, '당신의 하루를 부수고 싶었다' 라는 문장이 용서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깨달았었습니다. 

아직 그 책은 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뜻하지 않은 데서 용서가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용서는 제가 그간 생각했던 바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 컬러코드 작가님 글에서 달팽이를 마주치고서 그 느릿한 걸음걸이가 떠오르며 다시 용서가 떠올랐습니다.


'천천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달팽이'


https://brunch.co.kr/@zerosimp/298




저는 틈틈이 죄를 짓고 삽니다.

내가 가야할 길을 자꾸만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기 길을 벗어날 때 죄를 짓게-혹은 해서는 안될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얼마 전 깨달았습니다.


나를 배신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자기 길을 벗어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저질렀을 뿐입니다.


철로를 벗어난 기차를 우리는 비난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슴 깊이 안타까워하고 비극을 슬퍼할 뿐입니다.


용서란 그런 것입니다.

내가 상대에게 베푸는 호의가 아닙니다.

철로를 벗어난 기차를 안타까워하듯


자기 길을 벗어난 사람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것

그리고 그가 다시 자기 길을 걷도록 진심으로 바라고 상상하는 것

그가 자기 길을 다시 걷게 된다면 정말로 기뻐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남을 용서해야만

나 역시 내 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저는 그동안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내가 내 길을 제대로 걷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한 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내가 비난했던 모든 이들이 자기 길을 걸어나가는 상상을 하며

달팽이처럼 걸어나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알든 모르든


이제 '당신의 하루를 부수고 싶었다'는 시는 쓸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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