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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혁 Nov 10. 2024

마지막 소원 1

사라지는 별무리


눈송이가 하염없이 내리우는 작은 마을

대설화라 불리 우는 작은 마을   

  

대지에는 얼음 자국

하늘에는 한 쌍의 별     


별빛이 하늘을 메우면 두 개의 별은 일시에 태동하다 잠이 든다

누군가의 소원을 품은 두 개의 별

마음에 이는 파동에 스치우는 빛나는 두 개의 별     


별님 별님 소원을 들어주세요

나에게는 당신의 반짝이는 한 짝이 필요해요     


사내아에 푸른 외침 반응하는 푸른 두 개의 별

마음에 이는 파동에 스치우는 빛나는 두 개의 별     


산은 안개에 갇히고 먼 곳으로 떠난 하늘 자락

별이 짐과 동시에 사내아 소원 이루어졌다     


별이 사라진 하늘

사라진 찾는 사람들

혼자 남은 외로운 별님 아파서 떨어졌다     


눈송이가 하염없이 내리우는 작은 마을

여전히 새하얀 눈송이 하늘만 간지럽힌다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서    

           

-오래된 마을의 시





 마을의 식을 담당하는 강은 혹한의 추위로 인해 표면은 얼어버렸지만, 그 속은 물고기들의 하늘이었다. 강을 따라 마을을 관통하다 보면 마을의 역사를 한 몸에 새긴 커다란 느티나무가 자신의 껍질 속에 숨어있었다. 뒤편으로는 시끌벅적한 시장이 보였고,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이장님의 집과 부모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보육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멀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온기가 퍼져 흐르는 집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이 강의 끝에는 산이 하나 우뚝 솟아나 있었는데, 그 산은 한때 전설의 중심에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올라가지 않는 설산에 불과했다. 

 그런 설산 주변으로 눈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동식물은 물론이고, 사람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는 다른 점이 눈에 띄었는데, 한 폭의 도화지에 누군가 먹을 한 방울 떨어뜨린 것처럼 검은 형체가 어렴풋이 아른거렸다.

 먹을 제일 먼저 발견한 이는 하리라는 이름의 소년이었다. 하리는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그의 출생, 부모, 친척 그 무엇도 아는 게 없었다. 그나마 아는 게 있다면 산의 초입에서 자신이 버려져 있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하리는 종종 자신이 버려진 산의 초입으로 향하고는 했다. 

 먹을 발견한 그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위험해 밖으로 나가지 않았을 터였지만 어째서인지 하리는 밖으로 향하였고, 발걸음의 끝은 자신이 버려진 산의 초입이었다. 거기서 하리는 먹으로 찍은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하리는 평소와는 다른 산을 발견하고는 그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곳에는 인형 같은 소녀가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백옥 같았고, 눈의 차가움 때문인지 볼은 장밋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발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한 탓에 동상에 걸리기 직전이었다. 몸은 소복으로 감싸고 있어 멀리서 보면 눈인지 옷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녀의 존재감은 머리칼에 있었는데 그녀의 머리칼은 길고 가늘었으며, 어떤 색도 끼지 못할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이었다. 

 하리는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몸을 흔들고, 소리도 질러 보았지만, 그녀의 정신은 돌아올 생각이 없는듯했다. 그녀의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분명 이대로 놔두면 그녀의 생명에 지장이 생길 게 분명했다.

 하리는 우선 자신의 신발과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입히고는 자신의 등에 업히도록 했다. 평소에는 신발이 추위를 막아주어 몰랐지만, 눈을 직접 밟았을 때 느껴지는 생생한 냉기의 고통은 땅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게 만들었다. 하지만 하리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깨질 것 같은 발바닥과 발가락, 점점 흘러 내려오는 등에 업힌 소녀, 고통을 호소하는 허리와 어깨는 아직 어린 소년에게는 무리인 것처럼 보였지만 소년은 결코 발걸음을 멈추지도 그녀를 내려놓지도 않았다. 그저 그녀가 깨어나기를 바라며 말을 거는 것을 멈추지 않고 묵묵히 마을을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자신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즈음 발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 소녀를 살려야 한다는 집념이 소년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도착했을 마을의 입구조차 보이지 않자, 하리는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의 크기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두려움이 선사하는 공포로 인해 순간 눈물이 흘렀지만 눈물의 따스함은 얼마 안 가 볼에 안착해 얼어붙고 말았다.

 소녀에게 말을 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을 무렵 그토록 찾아 헤매던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걸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디딘 한걸음이 마을에 도착하게 한 것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마을의 입구에는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는데, 그 사람은 소년과 소년이 업고 있는 소녀를 보고는 뭐라 소리를 치더니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리야!”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하리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송화야.”

 소년을 멀리서부터 부르던 건 다름 아닌 금송화라는 하리의 어릴 적 친구였다.

 “야, 네 꼴이 왜 그래! 그 애는 누구고!”

 송화는 하리의 모습을 보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발은 이미 빨개진 걸 넘어 파래져 있었고, 몸은 바들바들 떨려 이미 한계를 넘어선 것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콧물과 눈물이 얼어붙어 얼굴을 장식하고 있었다.

 “……어른들 좀 불러줘, 어서.”

 하리는 그 말을 끝으로 모든 힘을 소진했는지 송화 쪽으로 맥없이 픽하고 쓰러져버렸다.

 “야!”

 송화의 꾀꼬리 같은 소리를 마지막으로 하리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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