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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a blocker Jun 27. 2023

캐나다에서 다르고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것이란.

오늘은 어화둥둥 내 사랑 딸아이의 year-end field trip을 가는 날이다.  이름은 길지만 한국으로 치면 그냥 학교에서 가는 소풍이다. 나이가 좀 있는 탓에 이번에는 처음으로 아이들끼리 그룹을 지어 선생님 없이 다니다가 아마 일정 시간에 일정 장소에서 모이는 시스템인 것 같아 아이는 새삼 즐거워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이번 그룹이 우리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쿨하고 소위 인기 있는 아이들의 그룹이라는 것이다. 아이는 학교에 친구가 많이 없고 말수도 없는, 그렇게 튀는 아이가 아니라 혼자 남겨질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듯하다.


나에게 아이는 뭔가 남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지니고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처럼 느껴진다. 참고로 이렇게 아이를 바라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만약에 한국에서 살았으면 절대 가지질 못할 귀한 시선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가끔 한국 음식에 관한 유튜브를 볼 때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긴 하지만 우리 아이는 한국의 학원 시스템에 발톱의 때만큼도 못 따라갈 아이라 남편과 나는 눈으로만 한국음식을 즐기는 것으로 마음을 정했다.


몇 년 전에 한국에 3개월 정도 머무를 일이 있어 아이를 일반 학교에 보내야 했다. 그 이후 아이는 한국 학교라면 질색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마침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었는데 학생수만 예전에 비해 줄었지 30년 전 수업 방식이 정말 1도 바뀌지 않아서 놀랬던 적이 있다. 물론 그 밖에 시설이라던가 방과 후 수업 같은 여러 가지 시스템이 도입되고 정비된 것 같지만 주입식 교육이라는 우리나라 교육 최대의 문제는 제자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건물이 다 쓰러져 가는데 계속 인테리어만 예쁘게 바꾸는 느낌이랄까.


장래희망을 물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하는 우리 아이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 교육 분위기이다. 현재 학교의 학부모 미팅에서 선생님은 우리 아이의 유머 센스가 너무 마음에 든다며 칭찬을 하셨다. 도대체 말수 없는 우리 아이가 선생님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수학 채점 지를 보여주며 과정이 특이하지만 논리적으로 맞는 풀이법인데 중간에 숫자를 잘못 베끼는 바람에 70점이 되어 버렸다고 나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아이의 허를 찌르는 질문으로 학급 전체가 그 질문에 대해 토의하다가 선생님이 그날 진도를 못 나간 적도 있다고 하시는데 칭찬인지 알고 있으라는 신호를 주신건지… 이런 분위기에서 공부하던 아이에게 몇 달간의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싫은 정도가 아닌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한국에서의 수업 마지막날 작은 선물을 들고 선생님에게 찾아간 나에게 한국 선생님은 다음에 한국올 일이 있으면  대안 학교를 알아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남편은 그 말을 듣고 언제나 그렇듯 정작 쓸모 있는 액션은 취하지 않는 요점 없는 노발대발을 시전 하였지만 어디 그 선생님만 그럴까. 그 선생님도 어찌 보면 주입식 교육의 피해자일 것인데 한 나라의 세대를 이어온 교육 방식을 어찌 그 선생님의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몇 달간 가르쳐주신 노고에 감사하다 인사드리고 나왔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지만 대부분의

일상에서 우리 아이의 세계는 흑이 아니면 백이다. 거기에다 매우 예민한 오감까지 타고나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자는 것도 태어나면서부터 매우 어려웠던 아이이다. 섭렵한 육아책도 일반 육아책에서부터 장애아를 판별하는 전문서적까지, 지금은 캐나다에서 사니 외국 서적까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읽은 책이 내 전공 서적보다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가 크니 오감은 점점 덜 예민해지는데 그 예민함이 학교생활, 학습, 일상생활의 방식,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기 시작해서 아이와 나는 상당히 애를 먹고 있다.


한국에 살았더라면 아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소아정신과나 발달 센터에 다녔거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금쪽같은 내 새끼에 신청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쯤에서 아마 캐나다의 Mental health system에 관해 궁금하신 분이 있을 건데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별거 없다”이다.

캐나다의 모든 의료 시스템이 그렇듯 전문가가 볼 때 증상이 미미 하여 진단받을 길이 없으면 아무리 공짜라 해도 혜택을 받을 길이 없다. 그 시스템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다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 세금을 엄청 가지고 가니 공짜도 아닌 셈이고.


진단받기 까지가 힘들지 한번 진단받고 뭔가 나의 차트가 그럴싸하게 만들어지면 그때부터는 굉장한 혜택이

있긴 하다. 우리 옆집의 막내는 자폐 진단을 받았는데 내가 볼 때는 글쎄… 자폐의 중증도가 다르긴 하겠지만 대화를 나눠보면 집중도 잘하고 굉장히 똘똘하다는 느낌까지 주는 아이이다. 다만 오감이 예민한 탓에 학교 생활이 힘들어 학교에서 일대일로 선생님이 붙어서 아이와 함께해 주는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게 무슨 혜택인가 싶겠지만 캐나다의 임금을 고려해 볼 때 학생 한 명에게 선생님을 일 년 내내 붙여준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혜택인 것이다. 아마 캐나다 의료 시스템에 관한 얘기는 따로 몇 번에 나눠서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글을 쓰다 보니 아이의 소풍으로 시작했다가 캐나다의 교육 분위기와 의료 시스템까지 와 버렸다. 참고로 나의 글은 캐나다 대다수의 목소리가 아닌 개인의 경험이라는 것, 나란 사람은 최고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타인이 읽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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