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05 by The Happy Letter
모처럼 한나절 따가운 가을볕
사람들은 문득 잊고 있던 기억을 끄집어내듯
서둘러 씻지 않은 베개며 이불을 다 내다 널고
그늘진 담벼락 밑 이파리는
움츠리고 살아온 시간,
그 우수(憂愁)를 내다 말린다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이 사람을 만날까 저 사람을 만날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인생은 매 순간 양자택일(兩者擇一) 앞 망설임의 연속
무릇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한 것보다 안 한 것을 더 많이 후회한다고 했으니
세인(世人) 지탄(指彈) 받을 일 아니라면
너는 간절히 하고 싶었던 거 꼭 하고 가려나 보다
화사한 가을볕에 감나무 홍시들도
위태로운 나무 끝에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하나 둘 한껏 익어가는 소리를 내니
지금껏 내내 춥고 음습하던 그 자리
사람들 쳐다보지도 않던 그 담벼락 밑 이파리
너는 따가운 가을볕에 절대 마르지 않을
붉게 물든 속내,
그 하트heart를 드러내는구나
화려한 꽃 아니지만 이 계절 한 철이라도
너는 이 가을볕 놓치지 않고
꽃처럼 붉게 불태우며 살다 가려는구나
그리하여 이 계절 덧없이 지나가고
이 가을 단풍 나들이 무심하게 끝나도
그냥 그렇게 첫눈이 오고
또 추운 겨울이 올지라도
너는 아무런 미련 없이 훌훌 떠나려나 보다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