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14 by The Happy Letter
가을새들 주섬주섬 겨울 채비 하나 보다
냉기(冷氣) 도는 하늘에
무리 지은 그 날개들 소리 없이 적막하다
나는 지나가는 온기(溫氣)에 현혹(眩惑)되어 있었나 보다
갑자기 들이닥친 계절의 변덕(變德)에
초여름 같은 가을 햇살
해가 뜨고 지듯 그저 무심히 바라보았나 보다
아직 이 계절 손 놓지 못해도
그래도 시간은 가고 계절도 떠나갈 것이므로
나는 잊고 살아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이 거짓이었는지
소설 속 변치 말자는 그 대사만 픽션이었는지
밤새워 읽은 그 글에 열병(熱病)을 앓고 있나
갑자기 들이닥친 환청(幻聽)같은 울림에 뒤척여서 인가
아프면 목부터 잠기는 까닭은 뭘까
슬픈 사람도 목부터 잠기기 때문일까
이제 나도 겨울 채비하듯 말수를 줄여야 하나 보다
많이 뱉어낸 자의 업보(業報),
변해가는 음성(音聲)은 감출 순 없지만 ‘소리’라도 죽여야 하나 보다
냉기(冷氣)같은 슬픔 잊으려면
차라리 잠을 자야 하나
겨울도 아닌데
새벽바람은 부은 목을 지나 깊숙이 폐부(肺腑)를 찌르는 듯 차갑다.
지독한 환절기(換節期)가 엄습(掩襲)하고 있나 보다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