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품은 달》
창덕궁의 밤이 깊었다.
달은 구름 사이로 숨었다 나타났다. 그 빛이 후원의 연못을 스쳤다. 물결이 일었다. 달빛이 부서졌다. 다시 모였다.
율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내면에서 무언가 흔들렸다. 위험의 파동. 마치 호수에 던진 돌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평상시라면 즉각 분석되고 수치화되었을 신호였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신호가 흔들렸다.
데이터 흐름이 불안정했다. 0.3초 동안 공백이 생겼다. 율에게는 영원과도 같은 시간.
[ 나노 코어 효율 87% ]
경고음이 울렸다. 작은 균열이었지만, 처음이었다.
율은 정조의 침전 앞을 지키고 있었다. 스물 걸음 떨어진 곳에서 호위병이 순찰을 돌았다. 모든 것이 평상시와 같았다. 그러나 위험은 다가오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나뭇잎이 떨렸다. 그 안에 섞인 다른 움직임을 율이 포착했다.
검은 그림자가 담장 너머로 스쳤다.
내부 시스템이 깨어났다. 푸른 파장이 율의 의식을 가로질렀다. 침입자의 동선이 그려졌다. 12명. 서로 다른 방향에서 접근 중이었다.
노론의 자객들이었다.
율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전투 모드가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면 깊은 곳에서 다른 감정이 일어났다.
두려움이었다.
정조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처음 경험하는 감정.
율은 조용히 움직였다.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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