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na Nov 27. 2023

반전세가 가져온 평화로운 출근길

청바지 입는 워킹맘


퇴근 후,

1분이라도 빨리 아이를 데리러가기 위해

매일 6-2 플랫폼을 향해 뛰고 또 뛴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무렵..


나날이 튼실해지는 종아리와 달리

볼살은 쏘옥..

평생 가져보지 못한

브이라인 턱선을 갖게 되었다.


10년만 일찍 브이라인 턱선을 만났더라면 

좋았을 것을...

30대 중반에 만난 낯선 브이라인 턱선은

그리 반갑지 았다.

볼살이 빠지니

왠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은

단순히 내 기분 탓일까?

(아.. 아쉬운 내 볼살..ㅠㅠ)






그러나 무엇보다 

어린이집에서 당직 선생님과 함께

단 둘이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서

개선이 필요했다.


친구들이 하원하고 난 이후면

어린이집 현관 앞에 앉아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린다는 아이.

선생님이 달래보아도

고집을 부린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아이가 기다림에 지쳐가고 있음을,

마음에 상처를 입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남편과 나는 이사를 고민했다.

문제는 남편 회사 쪽으로 이사해

남편이 전적으로 아이를 케어할지,

아니면 내가 다니는 회사 쪽으로 이사해

가 전적으로 아이를 케어할지

선택해야 한다는 것.


남편과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

엄마가 전적으로 아이를 케어하는 게

아이를 위해 더 나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타가 왔다.

말로만 듣던 서울 집값..

 벽은 높고도 높았다.

용인과 서울의 집값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차이가 났다.


용인 25평 아파트 전세 가격으로는

서울에서 25평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없었다.

반전세라면 모를까.


반전세...

전세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월세와 다를 바 없는 제도.

그리고 월세는 곧 버려지는 돈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기다림에 지쳐 가는 아이보다,

마음에 상처를 입어 가는 아이보다

더 중요한 건 없었다.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은

월세 부담 따위와 비교할 수 없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서울로 이사를 했다.






왕복 3시간 출퇴근길.. 

남편의 희생 덕분에 아이와 나는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이사 후,

아이를 회사 근처 어린이집에 입소시켰다.


하루 12시간 엄마와 떨어져 지냈던 아이는

8시간 30분 후에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당직 선생님과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는

통합반 친구들과 놀면서 기다릴 수 있었다.

갑자기 아프거나 열이 나는 날에는

10분 안에 엄마가 와서 병원에 갈 수 있었다.


또한 나에게도

달리기로부터의 자유가 찾아왔다. 

더 이상 마음 졸이며 뛰지 않아도 됐다.



아이와 함께하는 출근길.

눈물 범벅이었던 우리집 출근길에

안정감과 평화가 찾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6-2 플랫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